우리가 어릴 때는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때였지만,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 먹고 사는데 크게 부족함이 없는 요즘 현대 도시인들의 마음 속에는 존재가 흔들리는 고통에 빠진 경우들을 많이 본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 "나는 왜 살까?"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같은 '나'란 존재의 의미에 대한 생각이 드는 것이 좋은 예다. 한 번씩 드는 이런 생각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아주 정상적인 질문이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어떤 큰 사건으로 인해 존재 자체가 흔들리면 이런 물음들이 고톧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내 삶에 더 이상 의미가 없어!"라는 생각으로 진행되면 삶이 괴로워진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것의 일부가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존재 자체에까지 상처가 미치지는 않는다. 30만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다면 정신적이나 경제적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고통이 생기지만 삶의 의미까지 고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화재로 전 재산이나 가족을 잃어버리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하루 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었다면 엄청난 정신적, 사회적 고통이 동시에 일어나고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나?' 괴로워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존재론적 고통이다.
달리다가 넘어져 무릎에 찰과상을 입을 정도로는 존재론적 고통이 생기지 않지만, 산에서 내리막길을 달려내려오다 미끄어져 목을 다쳐 전신마비가 생겼다면 존재론적 고통에 괴로워하게 될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괴롭힌다고 존재가 흔들리지 않지만, 소중한 사람이 이유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면 영혼에 큰 상처로 남게 되고, 이런 존재적 고통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을 함께 유발하게 된다.
다행히 존재적 고통으로 인한 상처는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감기나 위장염이나 피부에 난 상처가 자연적으로 치유되듯이 우리들에게는 본능적인 자연치유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면역기능이 건강했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영양상태가 좋아지거나 주변이 청결하거나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신체적 고통이 이유되듯이,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양호하면 자연치유력이 발동되어 존재적 고통을 해소하려 한다. 환경적 요인에 따라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물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당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존재적 고통도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연치유력으로 충분히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아픈 사람 곁에 누군가 돌봐주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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