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상대적이다. 내가 없으면 상대도 없고, 세상이 없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듣는 소리 또한 침묵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고, 빈 공간이 없다면 어떤 형상도 존재할 수 없다. 물체든 나의 신체든 무엇이든 모두 무(無)에서 나와 무에 둘러싸여 존재하다가 결국 다시 무로 돌아간다.
모든 물체의 내부에도 '유(有)'보다 '무'가 훨씬 많다. 물리학자들도 내 몸이 굳어진 어떤 고형된 물체로 보이는 것은 환상일 뿐이라도 말한다. 겉으로는 고체처럼 보이지만, 세포를 구성하는 원자들의 크기에 비교하면, 그 원자들 사이의 거리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
나의 육체나 단단한 책상이나 지구라도 거의 완전히 하나의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더구나 모든 원자의 속은 거의 비어있는 공간이다. 고체의 입자 또한 입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진동에 가깝다.
부처님께서는 2500년도 전에 그것을 알고 계셨다. 그래서 반야심경에 "공즉시색 색즉시공(空卽是色 色卽是空)'이라는 말이 있다. 만물의 본질은 공(空), 즉 '비어 있음'이라는 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은 이 세상에 침묵으로만 보일 뿐 아니라 우주 전체에 펼쳐져 있다.
빈 공간은 우주 전체에 펼쳐져 있지만 침묵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모두가 공간 속의 물체에만 주의를 기울일 뿐, 공간 자체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비어 있음' 또는 '무'가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우리 마음은 무(無)를 유(有)로 만들려 애쓰기 때문에, 무를 유로 만드는 순간 항상 무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공간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감각으로 인식하는 세상 속에 외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무는 지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 하면 과학자들이 공간을 연구할 때 보통 공간 자체를 유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본질을 완전히 놓쳐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공간은 비어있지 않으며, 어떤 물질로 가득차 있다는 주장이 그런 것이다.
일단 어떤 이론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적어도 다른 이론이 나올 때까지는 말이다. '무'는 붙잡거나 이해하려 들지 말아야만 '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문이 될 수 있고, 사랑이 내 속에 들어와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글도 '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우리 삶 속에 가져올 수 있는지 가르켜주는 것일 뿐,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이해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공간에는 아무런 존재도 없고, '존재한다'는 것은 '눈에 보인다'는 의미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이해할 수 없다. 공간에는 아무런 존재도 없지만, 다른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 한다. 침묵도 역시 아무런 존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 또한 똑같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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