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
일 년은 용어의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 의미에서 봄에 싹이 터서 여름에 자라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겨울에 잠을 자는 것처럼 땅에 발을 딛거나 뿌리를 박고 있는 삶의 한 주기, 즉 어떤 일을 시작하여 한 해 동안 해 오거나 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흐르는 시간의 존재 속에 똑바로 서서 지나온 길에서 중심을 바로잡고, 중심의 결핍은 시간이 나 자신의 존재와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느낌을 키우게 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나 자신의 길을 되찾는 일이다. 돌연히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시간의 변화는 질병과 슬픔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현재의 나 자신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처음 달리는 몇 시간은 걱정거리가 줄어들고,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적은 사색으로부터 해방된다.
달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하늘 높이 날아오른 새의 눈처럼 사물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듯한 공간으로 들어서면서 어떤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시간의 변화는 달리기처럼 잠시 바깥에서 오는 모든 유혹을 잘라내고 나 자신의 재활성화이자 내적 은신처를 찾는 행위다.
시간 변화는 틀에 박힌 생각이나 존재, 심지어 걱정이나 슬픔과도 동떨어진 근사한 출구이다. 생각 자체가 제 움직임을 되찾게 만든다. 신체와 감각을 활발하게 경험의 중심에 놓으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같은 사회적, 문화적 조건에서 벗어나려는 충동을 멈추게 한다.
시간 변화는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동시에 단련하기에 적절한 절제된 환경을 제공하고, 질병을 치유하기에도 적절한 방법을 제공하기도 한다. 시간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힘든 상황들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은 무력감과 무능감으로 낙착된다.
그런 사람들 앞에 있는 것은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서 빌리거나 부여하는 가치들이다. 자신의 존재와 단절된 각각의 개인은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에게서 달아나는 세상 앞에서 영원히 제자리 걸음으로 걷는 벌칙을 받게 된다.
그런 벌칙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의미의 길로 나서고, 존재 이유를 만들어 내고, 즉흥적이든 지속득이든 흥분을 만들어내고, 존재감을 되살리려는 내면의 힘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통한 지속적인 달리기를 통해 내 앞에 놓여있는 길과 관계 된다.
우리는 늘 한 해의 끝에는 길 위에서 처럼 뭔가가, 오로지 우리만을 위한 뭔가가 우리를 기다리리라는 느낌을 받는다. 거기서 멀지 않는 시점에, 몇 시간만 달리면 어떤 계시가 있다. 그리고 미래의 흐릿함은 어떤 비밀이 머지 않아 드러나리라는 확신을 더욱 부추긴다.
한 해라는 시간은 우선은 나 자신의 내면에 묻혀 있다가 발길 아래 기울고, 나를 특정한 목적지로 이끌기 전에 나 자신에게로 먼저 이끈다. 그리고 마침내 자아의 행복한 변화에 도달하는 열정의 좁은 문을 열어준다. 모든 시간은 돌아가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다. 다시 길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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