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는 무아와 무상, 공 같은 개념들처럼 불교를 생각하는 떠오르는 상징적인 단어다. 무아와 무상, 그리고 공 같은 말들은 체득하기도 힘들고, 물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말이지만, 자비는 누구나 쉽게 이해가 된다.
자비는 친구를 뜻하는 'mitra(미트라)'에서 파생되어 '우정'의 의미를 함축하는 'maitri(마이트리)'를 번역한 '자(慈)'와 고통스런 신음과 그런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여 그것을 덜어주려는 마음을 표현하는 'karuna(카루나)'를 번역한 '비(悲)'가 합쳐진 말이다.
고통에 가득 찬 세상에 우리가 살아가도록 버티게 해주는 우정과 공감이라는 두 가지 관계를 집약한 셈이다. '사람 자(慈)'로 한역된 matri는 실은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려는 마음을 뜻하고, karuna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슬픔을 덜어주려는 마음을 뜻한다.
세상살이 중에 이루어지는 만남에서 능력의 증가가 발생할 때 동반되는 감응이 기쁨이고, 능력의 감소가 발생할 때 동반되는 감응이 슬픔이라는 스피노자의 개념에서 보면, 자비란 흔히 인연이라 불리는 모든 만남에서 능력의 증가를 야기하는 실천 윤리라 할 수 있다.
불교는 무아의 깨달음을 얻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자비는 무명 속에 사는 대부분의 중생들이 그것을 얻을 때까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평생을 깨달은 사람처럼 살았다면 깨달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기쁨을 주고 최대한 슬픔을 덜어주며 사는 삶으로 요약되는 것이 지난 어려웠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이 서로 품앗이처럼 나누며 공감하며 살았던 삶의 모습이다.
깨달은 사람처럼 사는 삶이 '보살행'이라면, 기쁨을 더해주고 슬픔은 덜어주는 '자리이타의 삶은 '자비행'이며, 이 또한 보살행의 일부이다. 다른 사람에게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자비행을 해야한다.
자비는 일종의 실천의 윤리학이며, 요즘 말로는 '사랑의 윤리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에 사랑이 널려 있지만, 그런 자연적인 사랑은 "멀리 있는 사촌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 사촌이 더 낫다."는 속담과 같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속성상 나와 가까운 이들을 더 사랑하고, 멀어지면 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자연적인 사랑이다. 그만큼 낯선 사람들을 사랑하기는 어렵고, 경계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나적들은 더더욱 사랑하기가 어렵다.
자비의 바탕은 평등심이다. 평등심을 가지라는 말은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사랑하라는 말이다. 가깝거나 멀거나, 친하거나 낯설거나, 호의적이거나 악의적이거나 차이를 두지 말고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덜어주려는 마음을 동등하게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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