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대중들 앞에 서서 어떤 두려움의 기색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바로 나의 뇌에서 뉴련이라는 매우 특별한 세포집합체에 의해 일어나는 화음이 잘 맞고 통제가 잘 되는 교향악단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뇌는 움직임, 사고, 느낌, 기분과 같은 특정한 결과를 낳기 위해 함게 일하는 연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품을 하고 눈을 깜박이고, 재체기를 하고 팔을 올리는 것이 매우 단순하게 보일지라도 그 단순한 행동에 많은 연주자들 사이의 폭넓은 상호작용 때문이다.
뇌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반응들의 원천은 바로 뉴런에 있다. 뉴런은 수다를 떠는 것을 좋아하는 아주 사교적인 세포들이다. 마치 연인들이나 친구들끼리 끊임없이 쪽지를 날리며 귀속말을 해대는 장난꾸러기 청소년들 같다.
뉴런들 사이의 은밀한 대화는 주로 감각의 지각, 동작, 문제 해결, 기억 되살리기, 생각과 감정 일으키기에 대한 것들이다. 이런 뉴런들은 마치 나무처럼 생겼으며, 축색돌기라는 나무둥치와 다른 나무의 신경세포들과 메시지를 교신하는 나뭇가지들이 있다.
뉴런들은 시냅스라고 불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가지들 사이의 작은 틈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면, 이 틈들을 건너 흘러가는 실제 메시지들은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불리는 화학분자 형태로 운반되는데, 이 물질은 뇌파검사로 측정가능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낸다.
이런 신경전달물질 중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들이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토닌, 쾌감이나 행복감과 관련있는 화합물인 도파민, 비상시에 스트레스, 두려움, 불안감 등에 반응해 분비되어 주의 집중과 각성 상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피네프린이 있다.
또 우리가 달리는 동안 분비되어 주자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엩돌핀도 있으며, 이렇게 한 뉴런에서 인접한 다른 뉴런으로 전달되는 전기 화학 신호를 바로 '활동 전위'라고 한다. 불교 수행에서 '비어 있음'을 의미하는 '공'이란 단어만큼 익숙한 의미다.
뉴런들도 자주 연결되어 메시지를 교류할수록 오래된 친구처럼 엄청난 결속력이 형성된다. 뉴런은 같은 종류의 메시지를 앞뒤로 서로 전달하는 습관이 있는데, 마치 오래된 친구들이 사람, 사건, 경험에 관한 서로의 판단을 강화시켜 주는 경향이 있는 것과 같다.
이런 결속력을 마음의 습관이라는 생물학적 토대가 되고, 특정한 유형의 사람, 장소, 사물들에 대한 일종의 조건반사 같은 것이다. 어릴 때 크게 놀란 적이 있는 사건은 커서도 뇌 속에 두려움의 신체적 감각에 상응하는 특정한 뉴런 연결망이 형성된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런 상황 자체를 회피하거나 무서워하게 된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그런 비슷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게 되고, 불펀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침내 그런 상황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 대중들 앞에서 이야기하게 될 때 과거의 뉴런들이 그런 상황이 무섭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서로 수다를 떨기 시작하고, 그런 수다가 일어날 때마다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확신에 차서 결국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주 반복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나 자신의 뜻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의 뇌 속에서는 새로운 뉴런 연결망들이 서로 수다를 떨리 시작하면서 매번 이 새로운 패턴이 강화되고 과거의 패턴은 약화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그런 상황들을 즐길 수도 있게 된다. 과거 뉴런의 연결망을 새로운 뉴런 연결망으로 대체하는 이 능력을 바로 '신경가소성', 즉 유연성이 커지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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