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고 고통은 피하려하는 본능적인 행동에서 평등한 자비심이 나오게 된다. 고통받고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모든 생명있는 것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자비는 물론 고통받는 중생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을 포함한다.
니체 같은 철학자들은 동정이나 연민을 비판하지만,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을 들고 달려가는 연민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전부가 아닌 것 또한 현실이다.
기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웃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도 자비행의 중요한 일부다. 하지만 이와 다른 근본적인 차원의 자비가 있다. 무아와 훨씬 더 가까이 잇닿아 있는 자비의 개념이다.
자비는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부처가 될 수 있는 잠재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평등의 인식에서 나온다. 그런 불성을 바로 '참나'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불성이란 연기적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존재로 현실화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그렇게 정의를 하면 굳이 생명체로 국한하지 않아도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고, 모든 중생이 부처라는 말 역시 이런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모든 중생은 부처라는 점에서 평등하다.
부처에 높고 낮음과 멀고 가까움이 어디 있겠는가. 자비의 평등심은 부처 간의 평등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비란 결국 모든 중생에 대해서 부처로서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다. 친하든 낯설든, 멀든 가깝든, 심지어 친구든 적이든 모두가 부처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모두를 부처로서 평등하게 존중하고 도와주는 것이 바로 잠재적으로 부처인 내가 마땅히 행할 바인 것이다. 즉 자비란 스스로가 부처로서 자신과 만나는 모든 잠재적 부처들에 대해 갖는 마음이고, 그들에게 행하는 것이다.
잠재적 부처인 모든 중생과 또한 잠재적 부처로서의 내가 맺는 존재론적 차원의 우정이 바로 자비라 할 수 있다. 아직 부처로서 형행화되지 못한 중생이 기쁨을 얻고자 함에 응하여 기쁨은 주고 슬픔을 덜어주려는 잠재적 사랑이 바로 자비행이다.
잠재적 부처인 내가 모든 중생에 대해 행하는 존재론적 차원의 사랑이라고 바로 자비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가 부처임을 보는 데서 나오는 이런 우정이나 사랑은 연민이나 동정과는 거리가 멀다. 거기에는 주는 사람의 비대칭성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중생은 잠재적 부처라는 점에서 평등하지만, 현생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조건에 따라 다른 지위와 규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현행화된 세상에서는 조건에 따라 많고 적음, 멀고 가까움, 높고 낮음이 교차하며 자비행이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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