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진행될수록 상황 정리도 마음 정리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여러 가지 주제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두서없이 헛돌 수가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지만, 총론만 훓었지 각론이 부족하여 큰 전략적 문제 제기는 되었지만 각 파트의 전술적 접근이나 실행 방안이 빠지는 식이 대부분이다. 진료실에서 환자가 여러 가지 고통을 호소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이야기 자체에 정신이 팔려 샛길로 빠지는지 지름길로 갔는지 모르는 것이 다반사이다. 결국 나중에 정신을 차려 보면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럴 때는 듣는 사람이 지금까지 말한 이야기를 정리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들을 짧게 요약하고 핵심 부분은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다른 말로 바꿔 전달해주어야 대화의 내용이 중구난방으로 산으로 가지 않고 바른 물줄기를 따라 내려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이것'과 '저것'이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이렇게 요약하고 다시 질문하면서 지금까지의 이야기 주제와 흐름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자기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의 주제와 흐름을 알아차리게 된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모호한 문제를 '다른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해주면 이야기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상대가 지금까지 두서없이 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요약하고 한 두 단어로 명확하게 객관화해주는 것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는 못해도 들어주고 무제를 제대로 하악하여 맞장구 쳐줄 수는 있으며, 그런 근본적인 이유를 명확하게 해주는 과정을 통해 상대가 자신의 고통이 이해되고 있다고 안도하고 스스로 문제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의 문제의 원인을 찾게된 데 대해 고마워하면서 더 깊은 이야기를 터놓게 되고 힘과 용기를 내어 답을 찾게 된다. 모임 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주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하고 쉬운 일도 아니다.
나는 주로 이럴 필요가 있을 때 "자아, 주제에 집중합시다. 우리의 주제는 '이것'입니다."라고 다시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기법인 만큼 어느 정도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좋은 대화의 기술도 자신의 고통의 원인을 스스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원인을 명확히 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것을 명확히 하면 다시 상대로 하여금 고통을 직면하고 괴롭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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