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취미활동은 정신적으로 정말 아주 이로움을 알게 된다. 거기에는 어떤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데서 오는 해방감이 있다. 취미생활을 할 때는 누구나 자아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보다 위대한 원첸에 녹아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런 의식적인 활동을 통해 나 자신을 짜증나게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을 떠올릴 수도 있다. 나를 가볍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창조성의 회복과 관련이 있다. 노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창조성은 예술이라는 특별하고 협소한 매개변수에서 벗어나 훨씬 광범위한 놀이로 인식되어야 한다. 나에게는 달리기가 상상력을 자극하고 기대와 흥분, 놀라움과 기쁨을 이끌어내는 이야기와 같다. 나를 부정에서 끄집어내면서 추억이나 꿈들이 모두 떠오른다.
나 자신이 창조적인 존재임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창조의 충동은 나 자신도 모르게, 나 자신이 지지하지 않아도, 심지어 나 자신의 허락도 없이 언제라도 폭발할 것처럼 내면에서 조용히 끓어오르고 있다.
창조성은 나의 시고의 밑바닥에서, 삶의 이면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 인간은 항상 무언가를 창조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지저분하게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고, 고양이와 개를 목욕시키며, 더 즐거운 놀이를 위해 이리저리 궁리를 한다.
산이나 강가 산책로를 반반씩 섞어서 달리는 것을 생각해보고, 거기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방법을 찾아본다. 아무리 나이 들고, 통제당하고, 꿈꾸지 않으려고 애써도 타오르는 꿈의 불길을 묻혀지지 않고 활활 타오른다.
불씨는 항상 거기 남아서 겨울 낙엽처럼 얼어있는 나의 영혼을 일깨워준다. 그것들은 조용히 숨어 있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지루한 일상의 일로 시간을 보내며 진료실 게시판에 우스꽝스러운 메모를 붙인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악당이라 부른다.
현재의 삶 속에 안주하지 못하게 되면 더 많은 것을 갈망하고 요구하며 채우지 못해 안달하게 된다. 응급환자 앞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핸드폰을 던지기도 하며, 책상과 진료실을 정리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중요한 무언가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요한 존재이므로 내가 하는 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손실을 괴로워하면서도 한편으로 희망에 들떠 있을 수 있는 이유다.
구두나 운동화가 낡아지면 미련 없이 버린다. 세일이 시작되면 아것저것 그동안 불편했던 것들을 사들인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은 느긋하게 출근하고 일요일 오후에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러 나간다. 삶은 이렇게 새로운 창조적 일들과 데이트를 하게끔 되어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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