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은 '안다'는 것으로, 특정한 물건이나 사람, 혹은 추상적인 어떤 대상을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거나 그에 대한 지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깨닫는다는 것은 단순히 '알고' 있는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이 깨달음이 해탈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래서 '앎'이란 흔히 생각하듯이 "아, 그거 알아"라고 할 때처럼 의식이 아는 것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대상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심지어 면역세포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알아보는 것도 모두 앎이다.
즉 '식'이란 바로 '앎'이다. 식이라고 할 때, 그것은 또한 '안다'는 말처럼 알아채는 작용, 다시 말해 무언가를 포착하는 활동을 뜻하기도 하고, '인식'이나 '지식'이란 말이 그렇듯 눈과 귀 등이 알아채는 작용을 통해 포착한 내용을 의미하기도 한다.
식이란 분명히 대상에 대한 인식활동을 지칭하기는 하지만 인식이라는 말과도 다르고, 포착된 어떤 인식내용을 지칭하지만 지식이란 말과도 다르기 때문에 주로 '의식'과 상관적인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
서양철학에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할 때 생각하고 인식하는 것은 '나'라는 주체이고, 그 정신이다. '내'가 인식한 내용은 통상 '지식'이란 말에 더 가깝지만, 불교에서의 '식'은 정신이나 의식 뿐 아니라 눈이나 귀의 활동과 그 결과를 의미한다.
서양철학에서 "내가 무엇을 인식한다"는 말을 흔히 쓰지만, 내 눈과 귀나 혀가 무엇을 인식한다는 식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 눈과 귀 등을 '기관'으로 사용하는 주관의 일부로만 다룬다. 즉 기관이 포착하여 보고한 것을 종합하여 '나'라는 주관이 인식하고 판단한다.
눈이 보고 귀가 듣고 혀가 맛본 것이 다를 때는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이런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의식은 여러 기관이 보고한 것을 종합하여 하나의 판단을 내리고, 거이게 맞지 않는 것은 못 보고 못 들은 것처럼 슬그머니 지워버린다.
그래서 '나'란 보통 주로 의식을 뜻하며, 이것이 대개 '정신'이나 '영혼'이란 말로 불린다. 반면 안식, 이식을 별도로 말한다는 것은 '나'라는 주관과 동일시되는 정신이나 의식의 '도구'가 아니라 눈이나 귀 등의 독자적인 '인식'이 있음을 함축한다.
의식이나 정신, 영혼 같은 하나의 통합된 전체로 귀속되지 않는 눈, 귀, 코 등의 독자적인 '식'이 있다는 말은 눈이나 귀 혹은 그것이 포착한 것이 '나'라는 인식주관의 의식이나 영혼이 생각하고 판단하는데 필요한 부분적인 도구나 재료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바로 생물학적으로는 유기체 중심주의적인 것이고, 철학적으로는 인간중심적인 것이다. 인식이란 언제나 유기체인 인간을 뜻하는 인식주관의 활동에 귀속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 서양철학의 한계적 특징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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