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0년 이상 지속된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을 보냈다. 서로에게 자신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투사하지 않고, 현실에 중독된 자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지도 않는 마음 그대로의 편안한 친구들이다.
세상살이에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으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분리감을 강화시켜줄 고민과 갈등과 적들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쉽게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허약한 마음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 역시 쉽게 흔들리게 된다.
마음이 흔들리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아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게 되고, 뭔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마당을 필요로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마당 자체를 스스로 마음에서 밀어내어 버린다.
살아가는 마당을 없애버린 결과 이제는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언쟁이나 갈등도 없어지지만, 상대에 대한 고착된 업장만 남아 있어서 상대와 관련된 모든 것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흥분하고 싸우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 삶의 현장에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삶의 순간 순간마다 일어나는 마음 속 반응을 보이지 말고, 후퇴하고, 무감각하게 지내는 것이다. 모든 감정에 초연한 척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나에게는 잘못이 전혀 없으며 모든 잘못이 상대에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납득시키려 애쓰고 짜증내는 것이다. 상대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나 자신의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사랑과 즐거움의 빛이 없다면 삶의 현장에서 지금 현재 존재함으로서 느끼는 열려있는 자신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세상에 대해 나를 열지 못하면 세상 이치를 알 수 없게 되고, 힘든 도전을 받았을 때 제대로 행동할 수 없게 된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현실에서 그때마다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깨우친 정도를 알 수 있다. 나의 자아가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면 항상 무지의 어둠이 걸어오는 도전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두려움이나 분노 때문에 방어하고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우울감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매일 매순간 만나지 않을 수 없는 배우자나 가족들 때문에 더 많은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나의 무책임성 때문에 상대가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는 모든 일을 머릿속으로만 판단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들을 줄 모르고, 관심을 주지도 않고, 공간을 허락하지도 않게 된다. 그래서 상대는 관심의 부재를 더 예민하게 느끼고 공격하고 비난하게 되고 인간관계가 파괴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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