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눈에 뜨이지 않으면 존재를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내가 알기 전에도 세상은 존재하고. 태어나더라도 알 수 없는 세상은 있게 마련이다.
세상은 나의 능력으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세계다.그렇기에 아무리 애를 써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다. 나의 앎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지혜가 작동하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혜보다 먼저 존재하고, 지혜를 조건 짓는 것은 모름이다. 즉 지혜와 앎 이전에 있는 것이 세상이다. 모른다는 것은 빛이 없다는 의미다. 빛이 없는 어둠이고, 어둡기에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어두움은 지혜나 무지 이전에 보고 듣고 판단하는 어떤 작용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어두움이다. 그것은 모든 것 이전에 주어진 세계, 즉 애초부터 있던 세상이다. 항상 이미 존재하기에 '태초'라는 시작의 시간으로 한정되지 않는 시작의 기원이다.
현재는 물론 과거나 미래에도 언제나 상존할 세상이란 점에서 시간을 넘어서 있는 어떤 지점이 바로 어두움, 혹은 모름이다. 그것은 어떤 규정된 상이 없기 때문에 무상하게 변화하는 세상 그 자체인 것이다.
무상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혼돈스럽고, 그래서 카오스, 즉 어둠이라 말하지만, 결코 어둡지 않는 세계, 밝게 빛나지만 밝은 그대로 어둠인 세계다. 어떤 것도 감추지 않고 다 드러내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포착될 수 없기에 어둠이라 불리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은 세상의 시작이다. 한이 없는 세상도 분할하고 또 분할하면더는 분할할 수 없는 최소 크기에 도달할 것이다. 그 최소 크기 속에서도 세상을 구성하는 아주 작은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명상 수행은 더는 분할할 수 없는 최소 크기의 실체를 통해 무상한 세상을, 무상한 물질이나 대상, 감각이나 의식을 해명하고자 했다. 그냥 무상함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무상은 찰나의 순간에도 멈추어 있지 않다.
'찰나'라는 최소한의 원소에 멈추어 고정된 어떤 것이 된다면, 무상은 무상이 아니다. 무상이란 무한소에 가까운 크기로 자르고 또 잘라도 멈춤이 없이 변화하고 생멸하는 사태를 의미한다. 잠들어 있는 내 몸의 세포들은 나름의 어둠으로 변화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 변화를 통해 이웃한 세포들과 무언가를 주고 받으며 한 순간도 멈추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 그 세포 또한 각각의 작은 부분들로 나뉘어지면서도 역시 잠시도 멈추어 있지 않고 이웃한 것들과 무언가를 주고받으며 활동한다. 이것이 무지이며 무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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