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는 중병으로 병원에서 환자에게 내리는 마지막 삶의 가능성이다. 그렇다고 인생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어쩌면 환자가 희망하거나 기대하거나 계획하거나 바라거나 약속받았던 인생의 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내 인생'에 관한 과거의 꿈이 박살나는 경험인 것이다. 그러나 나의 삶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미 죽는다는 목숨인데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할만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좋은 책도 읽고, 좋아하는 산책도 하면서 자기 나름으로 스스로를 즐겁게 보내면 질병의 고통에 묶이지 않고, 삶의 기쁨을 찾으면서, 그 마음의 힘으로 건강한 사람들조차 갖기 힘든 평온하고 충만한 불가사의한 생존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누구나 지금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뿐이다. 어쩌면 처음 받은 충격에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가져올 수도 있다. 더 진실되게 연결되고 진솔하고 의식적으로 사랑에 흠뻑 젖은 인생일 수도 있다.
21세에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희귀질환인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영국의 스티브 호킹 박사는 2년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으나 76세로 타계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병마와 싸우며 물리학자로서의 중요한 업적을 쌓아온 것이 좋은 예다.
아무리 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이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을 고통이라는 작은 주머니에 빛을 비추라는 소명을 받았을 수도 있고, 그런 일은 확실히 느닷없는 자각이며 그 길을 따라가며 얻을 선물을 놓칠 수도 있다.
부정적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의학보다 자신의 치유력을 믿거나, 병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살거나, 질병의 고통보다 삶의 무언가에 감사하는 밝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인생은 끝나지 않으며, 한갓 꿈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반면 잘 낫지 않는 환자들의 공통점은 현실을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낫지 못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강하거나,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어두운 마음이다. 결국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현실을 보는 마음이 치유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진정한 치유는 증상의 제거보다 더 깊이 병의 호전이나 진행, 질병이나 죽음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암이거나 감염이거나 아니거나 의학적 개입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이 없다.
그것은 사랑, 관계, 사물의 핵심에 있는 평정, 우리 모두가 숨 쉬는 근거를 기억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희생자나 통계치나 심지어는 생존자도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좋은 나쁘든 어떤 이야기도 나를 정의하지 못한다.
나 자신은 형용할 수 없는 생명이며, 이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형태 속에서 그 자체에 대해 완벽하게 깨어 있다. 어떤 증상의 존재나 부재는 나의 소명을 잊을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냥 최선을 다해 평화롭게 살다 떠나가자고 주위에 알려주는 것이 그런 소명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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