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무지와 대립되는 짝은 앎이고 지식이다. 무명은 잠자는 신체 속에서 일어나는 멈추지 않는 세포들의 변화처럼 내가 볼 수 없는 지식의 불가능성을 의미한다. 아무리 다가가도 충분히 알 수 없다.
확실하게 틀어쥐려 할수록 놓치게 되는 것이 무상한 세계의 실상이다. 지혜란 지식을 확장하여 얻어지거나 무상한 것을 멈추고 고정하여 알려는 것이 아니라 무상이라는 바로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멈출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멈추려 하는 것이야말로 고통의 원인임을 아는 것이다. 무상한 세상의 불가능성을, 고정할 수 없고 포착할 수 없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지혜라는 말이다.
지혜와 지식은 어쩌면 서로 반대 방향에 있는 개념이다. 그런 불가능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함은 세계의 실상이란 알 수 없다며 포기하고 절망하고 알려는 모든 시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세상을 알려는 노력이다.
무언가를 알고, 그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 변화를 감속시키고 멈추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멈추어 선 채 포착된 것에 이름을 부여한다. 무상한 세상의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은 그렇게 포착된 것이 실상과 거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고정한 순간 이미 실체는 옆으로 빗겨나기 시작했음을 알기에 내가 포착한 것이 그저 잠정적인 것임을 받아들이고, 그 고정된 것을 떠나 다시 변화된 것을 향해 눈을 돌리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내가 포착한 것을 믿고 확장해가는 것이 지혜가 아니다.
무상한 세상 앞에서 그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에서 눈을 돌려 다시 무상의 세계를 보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힌 것을 포착하기 위해 국소적인 부분에 주목하면 구부러진 가지의 작은 부분은 곧게 펴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국소적인 부분으로 축소를 해보아도 복잡하게 구부러진 선들이 다시 나타난다. 그것을 다시 또 국소적인 부분으로 축소해보아도 마찬가지로 복잡하게 구부러진 선들이 새롭게 나타날 뿐이다.
변화하는 것 속의 부분 그 자체도 함께 변화하고, 그것을 작은 부분으로 축소해도 그 또한 이렇게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변화, 무상의 무상, 그런 변화가 유사한 형태로 지속하며, 그것 없이는 세상을 포착하여 다룰 방법이 없다.
무명의 세계에서 지식의 세계로 가는 길은 무상의 카오스를 다루는 애초의 카오스 이론에서 복잡성을 계산하는 복잡성 이론으로 이름이 달라져 버렸다. 지혜는 내가 아는 것을 끊임없이 내려놓을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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