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의해 자신이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마음의 현상이나 물질적 현상의 흐름에 관념적인 분류를 해나간다. 책상이나 책, 컴퓨터나 텔레비젼 등은 각각 여러 부품과 모양들이 있지만 그냥 그렇게 이름붙여 버린다.
같은 방식으로 자아의 존재감 혹은 흔히 에고라 불리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일련의 경험들에 '나'혹은 '나의'라는 명칠을 붙이도록 훈련받아 왔으며, 나 자신을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지속될 유일무이한 실체라고 느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으레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똑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십대 시절 학교에 다니던 모습을 기억하면서 지금의 '나'가 학교에 다니고 성장하고 집을 떠나 독립하고 직장에 다니던 떄의 나와 같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이 '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 구조인 분자 차원에서 보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 '나'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 수많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팔과 다리, 머리와 손발, 몸속의 기관들을 가지고 있으며, 과연 이 분리된 부분들 중에 어떤 것을 명백히 '나'라고 동일시할 수 있을까? 손은 다섯개의 손가락, 손바닥 그리고 손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톱, 피부, 뼈, 근육 등으로 나눌 수도 있다.
이 요소들 중에 어느 것을 나의 '손'이라고 딱히 동일시할 수 있을까? 이런 식으로 원자와 원자 구성 입자 차원까지 계속해서 조사해 들어갈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라고 명확히 동일시할 수 있는 존재를 발견할 수 없다는 똑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물체, 시간, 자아, 혹은 마음을 분석할 때 결국 우리는 우리의 분석이 와해되었다고 깨닫는 지점에 도달하게 되고, 거기서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무엇인가를 찾으려는 추구는 마침내 붕괴되고 만다. 그 순간 세상 우주가 공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무한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있는 그대로의 어떤 실체의 본질을 맛보게 된다. 특별한 자기 존재감을 생기게 하기 위해 모인 엄청나게 다양한 요소들을 심사숙고할수록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자신에 대한 집착이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생각과 감정, 감각 등을 통제하고 막으려는 욕망을 더 기꺼이 내려놓게 되며, 고통이나 죄책감 없이 그것들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것들의 오고감이 다만 무한한 가능성의 표현임을 받아들이면서, 내가 어렸을 때 알았던 순수한 자각 상태를 회복하게 된다.
봄꽃이 피어나듯 세상을 향해 내 가슴이 더 많이 열리게 되고, 더 잘 귀 기울여 듣게 되고,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을 더 온전히 자각하게 된다. 나를 혼란스럽고 힘들게 하는 상황들에 대해 더 자발적이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차원에서 나의 거친 꿈들이 너머의 자유롭고 분명하고 사랑이 넘치는 마음 상태에 깨어난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을 보는 법을 배우기 위해 큰 인내가 필요하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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