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무책임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이런 사람은 모든 일을 머릿속으로만 판단한다. 현실감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모르고, 관심을 가지지도 않으며, 공간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런 무책임한 사람과 함께 일을 하거나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예민해지고 심리적 자극을 쉽게 받아 상대를 공격하고 비난하고 비판하게 된다. 그런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은 무책임한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깊이 자신의 마음 속에 틀어박히게 된다.
자신을 합리화하고 방어하고 반격하기를 반복하면서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고, 그 다음부터는 무의식적으로 감정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잔인한 공격과 반격을 가하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두 사람을 연결해주던 사회적 끈이 끊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은 이혼하는 부부에게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지만, 조금만 관점을 바꿔서 보면 구원의 기회가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작용이 진행되는 과정의 어떤 단계에 있든 언제라도 누구나 무의식적 대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상대의 적개심을 신호로 무책임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 더욱 더 동화되거나 무지의 어둠에 휩싸이는 대신, 마음과 동화된 상태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 현실'에 존재할 수 있고, 상대 또한 같은 상황에 사로잡히는 대신 자신의 감정의 고통을 지켜볼 수 있다.
그런 지금 현재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지금의 힘에 의해 고통을 변화시킬 수 있고, 변화된 고통이 충동적이고 자동적으로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 마음의 작용이 멈추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상대에게 표현할 수 있다.
물론 무책임한 사람이 귀를 기울이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에게 지금 현재에 존재할 수 있는 기회를, 낡은 마음에 의해 반복되는 무의식적 행동을 깨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게 되는 것이다. 무책임한 사람이 상대의 고통에 대한 자신의 방어적 반응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자아가 자극을 받는 것을 지켜보면 자신의 감정 속으로 의식을 가져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순수 의식을 위한 고요하고 비어있는 공간이 창조되고, 앎 자체가 되고, 조용한 목격자가 되고, 지켜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앎은 고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고통 그 자체를 초월하게 되고, 고통을 있는 그대로 두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문이 상대를 위해 열리면 상대가 들어와 함께 합류할 수 있다.
어떤 인간관계 속에서 시종일관, 혹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견디다 보면 이는 상대방에게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상대는 우리의 현존을 아주 오래동안 참아내면서 무의식 상태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준비가 되면 상대는 우리가 자신을 위해 열어놓은 문으로 걸어 들어와 우리를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게 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상대가 어둠 속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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