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방이라고 생각하면 눈은 바깥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창문이다. 그 창문이 잠겨 있고, 너무 더러워서 좀처럼 빛이 스며들지 않는다면 세상은 무척이나 어둡고 흠산한 곳으로 보이고, 또 그렇게 생각될 것이다.
어느 날 실수로 창문에 물을 조금 쏟았거나 폭풍우가 지나가면서 빗방울 몇 개가 창문 안으로 튕겨들었다면 옷 소매나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면서 창문에 쌓였던 먼지가 일부 떨어져 나가면서갑자기 창문을 통해 빛줄기 몇 개가 들어오게 된다.
빛에 자극 받아 호기심이 생겨 창문을 조금 더 세게 문질러 닦고, 먼지가 없어질수록 더 많은 빛이 밝게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이 세상은 원래부터 그렇게 어둡고 음산하지 않지만, 찬문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혼자 생각한다.
이제 싱크대로 가서 큰 대야에 물을 많이 뜨고 걸레를 가져와 먼지와 더께가 낀 창문 전체를 깨끗하게 문지르고 닦기를 반복하고 빛은 방안으로 더 많이 쏟아지고, 방 밖을 스쳐 지나가던 더럽던 창문에 비치는 이상하게 생긴 생명체들이 모두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자각의 깊은 곳으로부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이 샘솟는다. 바깥으로 나가 그들과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고 함께 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사실 나는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다.
세상과 빛과 사람들은 언제나 그 곳에 있었지만, 시야가 흐려 그것들을 제대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었던 것 뿐이다. 그러나 창문을 깨끗하게 닦아낸 이후에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인생살이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사람이 겪는 일에 동질감을 느끼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타고난 나 자신의 능력이 깨어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스스로 만든 환영의 방 속에서 고통받았던 자각들이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과의 자발적인 연결감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나도 느끼고, 내가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느낀다는 사실에는 차이점이 없다. 생존을 위협하는 것을 피하고, 행복을 도모할 기회를 붙잡으려 생물학적으로 환경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인류 발전의 역사를 보면 최근까지도 아주 빈번하게 더 약한 존재의 피로 쓰인 폭력의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폭력성과 잔인함 쪽으로 몰고 갔던 생물학적 프로그램이 공격성을 억제하고 다른 사람을 희생해서 나를 생존하게 하려는 충동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감정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의 생존 본능이 인간으로 하여금 '친절, 자비, 사랑, 양육 쪽에 훨씬 강한 생물학적 경향'을 지니도록 해왔다. 세계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전쟁, 기아, 폭정의 희생양을 돕기 위해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는, 오늘날 이름 없는 영웅들이 수없이 많다.
부모가 자식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듯, 희생은 한 인간으로서의 두려움과 욕망을 초월하게 만드는 일련의 생물학적 요인을 개인 차원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가난하고 힘없고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을 보호하고 돌봐야 할 필요성만은 인정하는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 올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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