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나의 인생 모두가 허물어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적인 말도 무의미하고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나 자신을 정의한다고 생각하거나 행복을 준다고 생각한 모든 것이 덧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 그렇게나 중요해 보였던 모든 것을 이제는 다시 얻거나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빠질 때가 그럴 때다. 말 그대로 완전한 절망, 실망, 환멸 속에 나 혼자만 오롯이 내동댕이쳐진 채 남겨진 느낌 말이다.
삶이나 회복에 대한 희망도 없이 그야말로 '인생 끝'인 것 같다. 그러나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어도 당장 끝날 것 같았던 인생은 끝나지 않고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인생의 진정한 끝은 없음을 깨닫게 된다.
실망과 절망, 실패와 좌절의 잔해더미에서 변화와 새로운 시작만 있을 뿐이다. 어제처럼 낡은 꿈은 사라지고 거짓은 물러가고 파괴와 절망, 혼란과 충격, 상실감의 극심한 고통이 적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항상 새로운 씨앗이 숨어있다.
지금 느끼는 비참한 기분과 절망은 '내 인생은 이럴 것'이라며 상상한 모든 생각과 마음 속 집착을 이제 속 시원하게 떠나보낼 절호의 기회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아름답고 유용하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했던 그 모든 소중한 꿈들과 하직할 때다.
내 삶 속에 존재하고, 그것을 자각하고, 현재를 향해 다가서며, 바로 이 자리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외로움이나 두려움이 나를 찾아온다면 고개를 돌려 외면하거나 밀어내거나 달아나지 말자.
마음 속에서 좌절과 불안, 혹은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은 감정이 조용히 피어오른다면 그 에너지들을 밀어내지 말고 , 그것들이 지금 느껴지고 싶을 뿐이라고 생각하자. 그런 생각들이 잘못이 아니라 그런 기분들은 그냥 움직이고 느껴지기를 바랄 뿐이다.
가끔 인생은 좌절감을 선사하면서 내가 살아오고 피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몰고 오며, 그런 만남은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그런 아픔을 느낀다는 것은 치유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것들이 항상 내 주위를 뱅뱅 돌며 빠르게 나아갔다 되돌아옴을 이해한다.
생각은 끊임없이 현재의 순간에서 달아나고 마음은 예전의 젊고 꿈 많았던 시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지난 날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떠올리며 그 때로 되돌아가려 갈망한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느끼고 절망이 고개를 들고 후회와 향수, 갈망이 생긴다.
그러나 다시 바라보면 삶은 이 순간이 전부다. 현재의 호흡, 현재의 감각, 현재의 소리, 냄새, 맛, 촉감, 심장의 박동, 작은 새들의 지저귐, 텔레비전의 잡음, 목에서 느껴지는 연약한 속살의 느낌 등 모든 것이 지극히 단순한 것으로 다가가라는 신호들임을 알게 된다.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