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인연이 되기도 하고 결과가 되기도 하는 것이 인간관계다. 그런 관계 속에서 당연히 존재해야 할 '나'란 자아가 실체를 갖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실체를 갖지 않는 자아의 관념이 모든 삶의 무지와 집착의 근본적인 이유라고 하고, 무지와 고통이 발생하는 개념의 연쇄 가운데 '내'가 꼭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면 '나'라는 관념 자체가 무지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인가?
눈, 귀, 코, 혀, 몸, 정신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 각각의 작용은 그 자체로 나름의 의식을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 의식은 데카르트의 말처럼 '생각하는' 기능 속에서 '생각하는 나'의 존재를 자명하다고 여기는 환상 혹은 오인의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생각하는 내가 없다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그런 나의 존재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분명하고, 따라서 의식은 나라는 관념과 떼기 힘들게 결합되어 있다. 감각적 활동이나 기능, 혹은 능력이 있다면 그에 상관하는 감각기관이 동반되는 것이 당연하다.
어떤 생명기관은 그것을 도구로 사용하는 전체인 유기체를 전제하고 있으며, 유기체라는 전체 생존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따라 감각기관, 운동기관, 순환기관, 소화기관 등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감각기관이라는 개념에는 유기체라는 통합체를 전제한다.
그래서 '눈'이 보고, '귀'가 들은 것이 아니라 '내가'보고 '내가' 들은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유기체라는 생물학적인 '전체'가 신체적인 차원에서 '나'란 관념을 떠받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각기관과 생명체 사이에 '나'란 '자아'의 개념이 숨어있다.
즉 감각기관의 활동을 일차적으로 안과 밖에 대한 식별작용인 면역반응에서 추측할 수 있다. 면역세포들은 신체의 내부와 외부를 식별하는데, 이는 바로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경계선이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나'라는 유기체의 신체적 경계가 바로 그것이다.
이 경계선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가, 나와 세계가 분할되고 구별되고, 신체 안에 있던 것과 밖에서 들어온 것이 대비되며, 그런 측면에서 면역계는 '나'의 신체에 속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주는 미시적 감각활동의 작용이다.
신체적 혹은 세포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이런 감각활동이 '자아'라는 관념의 무의식적 기반이 된다. 자아는 신체적 차원에서 신체의 여러 기관을 하나의 전체로 통합한 유기체와 상응하는 관념적 상이다.
자아나 아상이란 의식의 차원에서 갖거나 버릴 수 있는 그런 '관념'이 아니다. '나'나 아상이 모든 문제의 원인임을 잘 알아도, 그래서 버려야겠다고 결심을 해도 실제로는 버려지지 않음은 익히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의식이 아니라 의식 '이전'의 무의식에 속하며, 생각하는 '나'가 아니라 신체적 위치에서 작동하는 세포적 혹은 분자적 차원의 '나'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단순히 '아는 것',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다함께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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