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와 정신이 분화되고, 여섯 감각기관이나 감각작용이 발생했다면 , 그 감각작용에 의해 '나'란 주체가 감각된 '대상'을 발견하고 포착하며 그 판단의 진위를 가리는 인식론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우리가 보통 참과 거짓에 대해 검토하는 기본적인 틀이다.
눈, 귀, 코, 혀, 피부, 정신의 여섯 감각기관을 조건으로 하여 접촉이 이루어지고, 그 접촉을 조건으로 감각을 받아들이는 작용이 발생한다. 접촉이란 일종의 만남이다. 아무 빛도 소리도 없는 어둡고 조용한 방에서 나의 눈과 귀가 아무 빛이나 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 순간 아무 빛도 소리도 없는 것이 된다. 빛과 소리가 있다는 것은 공기 중의 파동과 진동이 내 눈과 귀와 만나 망막과 고막을 자극하고 울림으로써 포착하는 반응이다. 그런 파동과 진동은 사실 없을 때가 없다고 할 정도로 어디에나 있다.
대기 중에는 수많는 파동과 진동으로 가득하다. 원자나 소립자도 고유한 파동이나 진동을 가지고 있고, 사물들도 나름의 파동이나 진동을 가지고 있다. 그런 파동이나 진동수가 일정 수준 이상에 있을 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게 된다.
조용한 빈 방에도 수많은 주파수의 파동과 진동은 있지만, 보이거나 들리지 않을 뿐이다. 촛불이나 라디오를 켜면 '없던' 빛과 소리가 '있게' 된다. 이미 있던 가시광선의 파동과 가청주파수의 진동으로 바뀌어 빛과 소리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방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다면, 이는 1GHz 전후 주파수의 진동이 가청주파수로 바뀌어 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디오를 켜기 전의 조용한 빈 방에는 소리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귀가 있고, 소리가 있고, 그것이 만나 들리는 것이 아니다.
어떤 주파수의 파장이나 진동과 눈이나 귀가 만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파동이나 진동이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감지할 수 있는 역치를 넘을 때 빛을 보거나 소리를 듣게 된다. 여기 따로 있는 귀가 저기 따로 있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비가 온다'는 말은 '비'라는 주어와 '오다'라는 동사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오다' 대신 '안 오다'를 쓸 수도 있다. 즉 날씨를 보며 '비가 온다'고 하기고 하고 '비가 안 온다'라고 하기도 하는 것은 '비'라는 것이 어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온다', '안 온다'와 무관하게 '비'가 안 오는 날, 오지 않는 비가 하늘 어딘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온다'와 '비'는 하나의 동일한 사건을 표현할 뿐이다. 귀가 소리를 듣는 것도 비슷하다. 진동은 어디에나 있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을 느끼는 모든 것이 만남이란 사건을 통해 내가 감지하는 것이고, 그렇게 감지하는 방식으로 어떤 만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인식이나 지각도 모두 이런 만남 속에서 발생하고, 생존이나 생명과 불리는 과정과 결부된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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