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것이고, 항상 새롭게 변한 세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롭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 내가 이번에도 잘 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하고, 방법을 찾아내기만 하면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오히려 더 신나는 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인생은 항상 헌집 주고 새집을 얻는 기회의 과정들이다. 살아가는데 최대한 적합한 집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삶의 시간들이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일들은 결국에는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오는 그대로 담담히 맞을 마음의 준비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표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겁날 때도 있다. 그럴 때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은 우선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이 일이 끝나고 나면 내가 하고 싶은 인생 목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목표는 다른 말로 하면 일종의 현재 삶의 체크리스트다.
첫째는 어떤 경우에도 나 자신을 절대로 불쌍하거나 불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두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두 번 모두 무사히 이 세상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뭔가 이 세상에서 이루고 전해주어야 할 과제가 있다.
중학교 졸업식날 처음 먹은 소고기 국밥으로 생긴 두드러기로 목이 부어 질식사하여 묻으러가려고 이불에 둘둘 말아 밀어둔 상태에서 다시 살아났다. 대학교 2학년 때는 30m 이상되는 바위 절벽 위를 건너뛰다 썩은 바위를 잡아 추락했는데, 지상 10m 위 바위틈에서 자라나온 나뭇가지에 걸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둘째는 나는 항상 달리기를 하거나 산을 타며 자연 속에서 내 삶의 기회와 길을 찾아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해낼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찾아낼 것은 확실하다. 대학에서 낙제했을 때나 군의관으로 가서 내가 생각했던 상황과 180도 다른 환경에서 나만의 삶의 방향과 길을 찾았듯이.
셋째는 내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길을 찾아내고 나면 다른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어떤 식으로 나눌지는 모르지만, 어쨋거나 나는 해낼 것이니까. 인생은 계속 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 소아암환우돕기서울시민마라톤대회처럼.
인생이 계속될 것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지만, 그저 삶은 계속 될 것이라는 믿음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믿음으로 내 머릿속에는 리스트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준비는 충분히 된 것이다. 오늘의 삶을 완수할 때까지 그냥 옆으로 조금 밀어둘 뿐이다.
내 열정과 목표가 변하지 않지만,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나일 뿐이다. 그런 내 꿈을 향해 나아갈 세상의 길이 변할 뿐이다. 그런 현실이 나를 아프게 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세상살이는 누구도 예상하거나 예단할 수 없다. 아무리 내가 다 아는 듯 살아가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 봐주면 오만한 것이고 나쁘게 보면 멍청이다. 그럴 때는 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가쁜 심장, 온몸을 훎는 아드레날린의 느낌이 곧 현실이 될 가능성을 일깨워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