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양상이 만나는 것들을 규정하게 된다. 만남이라는 조건이 만나는 것들의 발생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눈이나 귀도 어떻게 만남 속에 들어가는가에 따라 다른 '기관'이 된다. 사람의 얼굴과 몸을 고기 덩어리로 돌려놓는 그림은 눈으로 피냄새를 맡게 한다.
두터운 물감으로 흙과 같은 질감을 표현하는 뭉개진 얼굴 그림은 눈을 촉각기관으로 만들어버린다. 또 어떤 그림을 보면 엄청난 비명 내지 고함이 밀려들어온다. 그저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만 보여주는 그림도 있지만, 그 경운 눈은 있으나 안목은 없다고 한다.
이렇게 탁월한 예술가들은 하나의 감각기관을 다른 감각기관으로 바꾸어 놓으려 시도한다. 어떤 감각작용을 다른 종류의 감각작용으로 바꾸어놓으려는 시도를 반복한다. 이런 집요한 시도와 만날 때, 그 만남은 우리 눈을 귀로, 혹은 코로 바꿔놓게 된다.
물론 글자 그대로의 귀나 코는 아니지만, 그림에서 냄새를 맡거나 소리를 듣는 눈을 시각기관으로서의 눈과 같다고 할 수는 없다. 만남은 종종 이처럼 우리의 감각기관도 다른 어떤 것으로 재규정하게 된다.
거기서 우리는 새로운 감각기관의 탄생을 보게 된다. 연기법이라는 만남의 사유는 눈과 귀의 존재마저 다른 것이 될 수 있음을 본다는 점에서 인식을 존재의 존재의 영역으로까지 밀고 내려간다.
만남은 만나는 것들을 산출하고, 그런 만남 속에서 어떤 변용을 야기한다. 만남에 의해 발생한 변용을 감수작용이라 하고, 이 감수작용은 지각이나 인지 같은 작용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이 지각이나 인지작용과 함깨 발생하면 어떤 느낌 같은 것이다.
그런 인지 작용 속에 동반되는 쾌감이나 불쾌감, 기쁨이나 고통같은 것이 바로 지각이나 인지작용이 함께 발생하는 만남의 느낌이다. 멋진 음악은 쾌감을 주지만, 아스팔트를 부수는 시끄러운 소리는 불쾌감을 준다.
향기로운 음식 냄새는 쾌감을 주지만, 쓰레기 더미의 썩어가는 냄새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쾌감을 준다. 트럭 한 대분의 쓰레기 더미로 전시장을 채웠던 아르망이라면 쓰레기더미의 냄새에서 쾌감을 느꼈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모든 일이 마음먹고 결심한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시끄러운 음악도 익숙해지거나 이해하게 되면 쾌감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은 이해하지 못한 쾌감의 요소가 이미 그 안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 단지 이전에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이해나 익숙함이 만남의 양상을 다르게 만들었기에 발생한 다른 별개의 사건이 바로 사전에 몰랐던 것을 사후에 알거나 이해하게 됨으로써 발생한 다른 사건이다. 모호한 경계지대에 있거나 상반되는 요소가 섞여 있는 것들과의 만남이 받아들이는 능력에 따라 다른 느낌의 사건이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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