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현실이 주는 비참한 고통을 마주하거나 희망과 착각, 고뇌와 소용돌이와 마주했을 때 해결가능한 가장 단순한 방법은 양 극단을 버리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의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중도는 수행에서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다.
그 길을 찾으려면 땅을 비워두어야 한다. 길을 치운 다음에야 가능한 전진의 이미지로 열리는 공간의 이미지다. 이 중도를 중심으로 해서 양극단 사이에서 지켜야 할 절도로 상상하는 것이 중도다. 긴장된 상태도 아니고 늘어진 상태도 아닌 중간 상태다.
중도는 쾌락적이거나 금욕적이지도 않고, 무심하거나 신경질적이지 않는 지점이다. 그렇다고 방임주의나 엄격주의도 아닌 말 그대로 물리적 균형 상태를 떠올리는 것은 오류다. 부처에게 중요한 것은 극단을 멀리하는 것이지, 중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는 왕궁의 호사도 버렸지만, 스승들의 고행도 버렸다. 이런 이중의 거부는 공간을 해방한다. 공간은 나아가는 곳이지 꼼짝 않고 머무는 곳이 아니다. 이는 즉각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고집해야 한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의문들, 불안한 탐구들, 끝없는 딜레마는 모두 대립쌍과 관련된 것이다. 죽음 후의 삶의 유무, 영혼은 몸에 종속되는지 여부, 존재하지 않으면 없는 것인지, 긍정 아니면 부정을 의미하는지의 등의 대립 용어에 사로잡혀 있다.
대립하는 양 극단의 용어들이 타당하지 않고 불필요하며 잘못 이름지어진 것이라 단언함으로써 존재도 무도, 긍정도 부정도, 영혼도 비영혼도 평가절하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적대적 관점의 모든 대립적 딜레마들은 신기루로 드러날지 모른다.
상반된 용어들은 그저 내용 없는 경계예 불과할 뿐이어서 비누 거품처럼 꺼지고 말 것이다. 그럼 그들 자리에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새로운 의문이나 체계, 혹은 대답들이 아니라 해방된 자유 공간, 즉 점차 넓어져서 모든 것을 해방하는 열린 대각선이다.
'공(空)'이란 목적 없이 쉬지 않고 끝없이 걷는 것이 가능해지는 공간이다. 모든 것을 마비시키고 생기 없이 죽은 공허한 공간이 아니라 내가 세우는 헛된 경계들을 씻어버린 궁긍적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의 우주가 바로 '공'의 이미지다. 이렇게 중도로 걷는 것이 결국 우리가 외부에서 바라볼 때 가장 역설적인 행위다. 사실 앉은 채 움직이지 않고 걷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대로 거닐면서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 명제들은 오직 표현에서만 통용되기 때문에 결국 걷는 것과 걷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 걷기이다. 깨우침은 지적 작용이 아니며, 전체를 파악하는 직접적인 직관으로 극미의 부분까지 포함하지만 논리적 과정이나 논증은 갖추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장마 중이지만 흥겹고 건강한 7월 첫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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