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무에서 시작해 유란 탄생의 과정을 거쳐 죽음이라는 소멸로 끝나는 과정에서 늙고 죽는다는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가 살고자 노력하는 의지의 작용에서 행동하는, 살아 남으려 하는 생명의 노력이 만드는 여러가지 시도들이 나온다.
그런 노력들을 통해 사랑과 집착을 경험하기도 하고, 확고한 존재감을 거쳐 소멸로 끝나는 과정을 본다. 표면, 즉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런 삶의 과정 전체를 진행시미는 것이 바로 생명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손자가 유치원에 가서 자신의 이름이 쓰여진 가방을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해 당황하는 것처럼 혼돈의 무명 속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 나 자신의 존재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행이며, 이런 행의 개념에는 이미 생명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행동의 조건인 인식이나 나와 바깥을 구별하는 인식이 만들어내는 명색이란 이름도, 나라고 불리는 유기체의 식별작용을 의미하는 수용체들인 육처도 모두 생명체와 결부된 것들이다. 모든 만남이 시작되는 수용체에서의 자극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하는 쾌감과 불쾌감이 생명력의 증감을 나타낸다.
이런 기쁨과 슬픔의 감정은 조금 더 나은 상태로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지를 판단하게 하는 작용이면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준비된 선판단이란 점에서 오류나 무지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나라는 생명체가 살아있는 존재감을 지속하기 위해 발생하는 자연적인 과정에는 수많은 무지의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무한 속도의 무상한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무명은 인식능력이 따라갈 수 없는 불가능성을 불가피하게 내포하고 있다.
근본적인 무지의 필연성 앞에서 반작용인 행은 살아남기 위한 맹목적인 의지의 발동으로 시작하여, 무상의 속도를 감속시켜 생존에 필요하고 유용한 판단의 자원을 얻는 식별작용에서 피할 수 없는 무지를 낳게 된다.
안과 밖을 구분하고, 나와 대상, 신체와 정신을 구별하는 작용들이 반복되면서 가르고 분할하는 경계선을 실체화하는 것 또한 유용하지만 불가피한 일종의 무지이다. 접촉과 그 접촉감이 만들어내는 감수작용은 생명 지속에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게 한다.
그런 감수작용의 결과에 따라 더 나은 인식과 행동을 준비하게 한다. 하지만 실제 사건과 무관하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게 된다는 점에서 실제 사건 발생 이전에 판단을 내리는 또 다른 무지의 무리수를 준비하는 셈이다.
무지는 무상의 세계에서, 조금 더 나은 방식으로 생존을 지속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유용한 무지이고, 바로 그렇기에 사실 누구도 벗어나기 힘든 무지이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판단이 무상 앞의 무지일 수 있음을 알고, 실제 발생한 현실 앞에서는 내려 놓을 수도 있어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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