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집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겨우 얻었는데 자고 나니 그냥 스르르 빠져나가고 있다면 가지려는 욕망과 무상과의 한판 대결을 해야 한다. 어떤 대상에 힘들게 집착하여 달라붙어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꽉 쥐고 있으려 애쓰기보다 그때그때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재산이나 명예처럼 쌓아놓기만 했던 것이 하루 저녁에 사라졌다면 그런 무상함에서 느끼는 허탈감에서 말 그대로 인생무상을 체험하게 된다.
어딘가에 집착하는 마음은 내가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변하지 않을 채 그래도 있어주기를 욕망하게 된다. 취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생겨난다는 말은 이런 의미에서다. 그런 존재가 때가 되면 생겨났다가 다시 인연이 다하면 멸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무상한 생멸의 변화만 있는 것이고, 존재한다는 것은 그 변화 과정의 한순간을 억지로 멈춰 세운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존재에 달라붙어 있는 집착의 마음은 이를 뒤집어 저기 있는 것이 변화 소멸하고, 저기 있기에 갖고자 하는 것이라 믿는다.
같은 의미로 여기에 있기 때문에 줄 수도 있는 것이라지만, 있지도 않는 것을 어떻게 가지거나 달라붙거나 줄 수 있겠느냐 생각한다. 무상한 생멸은 이 경우 고통이 된다. 내 손에 있던 돈이 빠져나가 없어져 버리는 것처럼 돈에 달라붙은 마음에 고통이 생긴다.
내가 사랑하던 모습 그대로 영원히 있어 주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니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변심한 사람을 비난하고,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붙들려고 하며, 심하면 변심해도 좋으니 떠나지만 않도록 이리저리 얽어매기도 한다.
변심한 애인이 떠나버리는 것을 막고 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아름다운 상태로 봉인해두기 위해 차라리 죽이길 선택하는 이야기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되고 있는 이유다. 영원성에 대한 찬양은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만들어낸 고통스런 한탄이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나'란 존재가 '있고', 그 렇게 '있는'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유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런 '나'가 있게 되는 순간이 탄생이고, 그 '나'가 늙고 죽어가는 것이다.
여기서도 생각은 '있음'에서 '생멸'로 진행한다. 그러나 '나'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단 한 순간도 동일한 '나'는 없다. 우리 신체의 세포는 3개월 정도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신체는 새 세포들이 태어나고 오래된 세포들은 죽는 생멸의 과정 속에 있다. '나'가 '나'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며 느끼는 어색함이야말로 '나'가 '나'가 아님을 증명하는 좋은 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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