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절에 가면 본당에 들어서는 마지막 문이 불이문(不二門)이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이 문을 통과해야만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만남과 이별 역시 그 근원은 모두 하나이다. 이같은 불이(不二)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으므로 해탈문이라고도 한다.
세상이 둘이 아니지만 하나도 아니다. 불이는 화악공부 시간에 배우는 화합물에 가깝다. 온전한 결혼 생활 같은 것이기도 하다. 영구히 다른 두 행위자가 서로에게 내재하거나 서로를 통해 그 자신이 되는 것이다.
불이는 여럿으로 이루어진 하나가 아니라 여럿으로 이루어진 융합이다. 정신과 세상은 서로 다른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는 않지만,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톱니와 바퀴처럼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불이다. 정신이 세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정신이 세상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자유다.
부처님이나 하느님 같은 정신적 지주가 세상을 움직이는 정신적 바탕을 창조할 필요가 있었다. 정신이 세상을 창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숨 쉴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우리가 우리 본성에 따라 호흡을 하듯이 정신은 그 본성에 따라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관계하는 것, 자신을 내어 주는 것, 상호 존재를 낳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이 정신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없다면 정신은 사랑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이 꼭 이 세상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상을 창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이 그저 자신만을 사랑함으로써 이미 전적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자기는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완벽하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의 정신 건강을 의심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뚝뚝한 외톨이로 살면서 행복할 수 없다면 부처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 세상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피조물들은 서로를 연관시키는 정신적 에너지장을 공유하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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