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사회적으로 선함, 즉 도덕적으로 선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부정을 묵인하고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거나 그런 공적으로 출세하는 부조리가 횡행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부정이야말로 선인 듯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비판하기는 쉽다. 그런 비판의 대부분은 자신은 옳고 나머지는 그러다는 생각에서 자신과 상대를 분별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그런 분별심에서 우리 일상이 크고 작은 분쟁들이 끝나지 않고 반복되고 지속된다.
나도 똑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고 상기하면 쓸데없는 다툼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자녀들, 특히 며느리는 어떤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모셨으면 훨씬 더 잘 모셨을 것"이라는 말을 들으면 맥이 빠진다.
무언가 상대가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그 일이 만약 내가 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실수를 범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면, 아마도 그 일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명백한 잘못에 해당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이 진짜로 선인지 악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정말 그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잘 보살폈는지를 따지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시어머니뿐이다. 도대체 어떻게 간호해야 '참 잘 모셨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나름으로 바르고 멋진 사람이 되려는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며, 이기적이지 않으려 한다. 그런 생각에만 빠져 있으면, 하루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고 만드는 인간관계의 상대를 모두 기만적이고 오만하고 배은망덕한 인간들로 보게 된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상대가 무엇을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해서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의 선 혹은 악의 잘잘못을 즉시 생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왜냐하면 그것을 알아야 상대를 안타깝게 여기고, 놀라거나 분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노를 삭이는 방법을 스스로에게 들려주고 있는 셈이다. 다른 사람을 자신과 분별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그래야 한다고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이다.
선과 악, 어떤 것이든 그런 상황이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은 그 일의 선과 악한 상황이나 결과에 무지하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서 헷갈리는 부분이 소위 철학적 선악에는 도덕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철학적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들 중에 도덕적으로 거짓된 정의를 실현하면서 본심은 정의롭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며, 정치인들의 '선과 악'이라는 철학적 주제일 뿐 도덕적인 선과 악의 의미가 아닐 수 있다.
철학적 선과 악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거나 손해를 끼치는가의 의미일 뿐이다. '누구 하나 악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는 누구나 선을 원한다는 말이다. 선은 '자기에게 도움이 되는 의미'이므로, '누구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아름다운 금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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