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을 때가 가득 찼을 때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고 충만해 보이는 것이 내 방이나 마음이나 똑같다. 내 것이라고 손 안에 꽉 잡고 있는 소유감이 오히려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삶에 방해가 된다면 오히려 없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법정 스님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없애야 하겠다고 결심이 서면 맨 먼저 찾아오는 사람에게 주고는 잊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는 잘 쓰고 못 쓰고는 그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나 집착을 버리면 고요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
집착의 마음을 버리고 내려놓을수록 마음을 어지럽히든 좋고 싫음의 분별심 같은 내적 장애물들이 사라지고 매 순간 순간의 고요한 평정심 속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즐기는 행복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돈이든 재물이든 많이 소유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현재의 물질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고도 비만인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가쁜 호흡처럼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 뿐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비우고 버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많은 것을 '내 것'으로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수록 많이 가지거나 부족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이 중요하다.
그런 삶의 자세를 가운데 길, 즉 '중도(中道)'를 바른 삶의 도리라고 한다. 소유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다. 나 자신에게 적당한 소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도의 삶이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 비우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변비가 심해 장을 제 때 제대로 비우지 못하면 아주 괴롭다. 그것도 문제지만 오래 지속되면 병이 된다.
여름에 옷을 가볍게 입어 땀구멍이 제대로 열려 있게 하고, 겨울에 옷을 두둑히 입어 땀구멍을 닫히게 만드는 이유도 우리 몸에 있는 수많은 땀구멍, 숨구멍들도 뚫릴 곳은 뚫려 있어야 하고, 열릴 곳은 열려 있어여 공기와 피와 에너지도 흐르게 된다.
흘러가야 할 것들이 제대로 흘러 순환이 잘 되어야 건강하게 우리 삶이 유지될 수 있게 된다. 우리 살아가는 도시의 도로나 인터넷망도 똑같다. 중간에 어디가 막히거나 찢어져 흐름에 문제나 차질이 생기면 삶이 불편해진다.
휴대전화에 앱이 너무 많이 깔리거나 내려받은 콘텐츠가 많으면 용량 초과로 속도가 느려지고 사용에 불편하게 된다. 머리 속에 잡생각이 많으면 정작 좋은 생각이 빛을 보지 못하게 된다. 맑은 정신에서 별 생각 없는 중에 나오는 한 생각이 더 쓸모 있다.
손이 비어 있어야 무엇이든 필요한 것을 잡을 수 있고, 마라톤을 잘 완주하기 위해서는 쓸데 없는 것들은 다 버리고 장거리 달리기에 필요한 가벼운 몸과 편한 마음으로 목표를 분명히 확신하고 출발선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에서 '공(空)'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이 텅 비어 있지만,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의미 있는 것으로 꽉 차있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 삶 속에서 텅 비어 있는 상태가 생존과 번영, 그리고 영속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화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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