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주말 저녁에 모처럼 '한국달리는의사들' 모임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 모임은 2000년 창립 이후 대한민국 마라톤 대회의 안전성 확립과 주자들의 안전한 달리기 강좌와 레이스패트롤이라는 주로상에서 일어나는 비상상황에 대한 처치 봉사활동 등을 해왔다.
달리는 분들을 만나면 언제 누구나 상관 없이 자신의 달리는 경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누가 자신의 팔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면, 다른 분은 텅 빈 정신의 공백감 속에 돌풍처럼 떠오르는 영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에 심취하다 보면 시간이 총알보다도 더 빠르게 흘러갔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마치 러너스하처럼 몸과 마음을 가볍게 어루만지는 깃털 같은 숨결이 아니라, 오히려 집중호우처럼 강력하게 심신을 후려치기도 한다.
그런 변화를 위한 영감들은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만 느끼고 잡을 수 있다. 강제하거나 재촉할 수도 없으며, 오로지 기도하듯 수행하듯 몸과 마음을 달리기에 집중해야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오랜 세월 내가 마음 속에 갖고 있으면서 풀려고 노력했던 딱딱하고 짜증나고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고민들이 달리는 중에 눈앞에서 저절로 해결되거나, 혹은 그냥 구름 사라지듯 없어져 버린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을지 우리 몸의 리듬이 이야기해준다.
우리 민족의 흥은 대부분 농사일과 관련된 반복적인 리듬과 박자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일정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박자를 맞출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좌측 전두엽과 두정엽, 그리고 우측 소뇌다. 달리기의 주파수는 25~100(평균 40)헤르츠의 감마파다.
감마파는 집중이나 의식적 경험과 같은 고도의 정보처리에 가장 중요한 파장이며, 시각 자극 정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약 40헤르츠의 감마파이기 때문에 달리는 동안의 시각적 경험이 인지작용의 효율성 확보에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유전학에서는 뇌의 감마파를 관장하는 단백질인 파브르알부민을 생성하는 신경 세포에 특정 파장의 빛을 쏘아 뇌의 리듬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감마 주파수를 조절하면 전두엽세포 간의 정보 흐름을 개선할 수 있게 된다.
전두엽은 사유와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에 관여하고 있는 뇌의 영역이며, 최적의 주파수인 40헤르츠는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기만 해도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적절한 리듬에 맞춰 전신 운동을 하면 최적의 감마파를 더 강하게 유도할 수 있다.
우리가 달리기를 할 때 관여하는 육체의 리듬과 고차원적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뇌의 리듬 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이유다. 리듬도 좋지만 40헤르츠의 주파수를 얻으려 손가락 박자를 몇 시간씩 맞추는 것은 달리기보다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월요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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