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처럼 집을 떠나 멀리 이동하지는 않지만, 나처럼 집 주위를 이리저리 방랑하는 사람도 그냥 아무 목적 없이 여기저기, 혹은 이 일 저 일 하며 나름 바쁘게 떠돌아다닌다. 스스로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기도 하지만,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냥 주위의 환경에 따른 수동적인 의사 결정 체계가 대부분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스스로의 선택이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전통적 가치에 순응하거나 아니면 거부하는 것, 둘 중의 하나이며 자신의 가치관이 의사 결정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설령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리더라도 실제로 자신의 필요나 욕구는 그 속에 존재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냥 사회적 규범에 따라 살아가며 삶의 행로에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 표지판만 놓여 있다. 이십 대에 직업을 선택하고 삼십 대에는 가정과 자가용, 자녀를 두고 경력이 쌓인다.
오십 후반이 되면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부부는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 설계를 하기 시작하고, 최소한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친구들과 운동 등 사회적, 사교적 모임을 만들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서 주위에 봉사할 곳을 찾기도 한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 규범 제도와 반대로 살아가기도 한다. 소위 주변인이라고 하는 사람들로 마약을 하거나 미혼 부모가 되기도 하며, 그런 일 때문에 일정 기간 각종 사회 기관의 구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싸우다가 체포되어 구금되는 사람도 있고, 이런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의 척도로 성공을 측정하면서 불안감에 빠지기도 하고, 유일한 소망과 공포는 자기 자신 속에 가두어 놓고 살아가고 있다.
종교적 삶이나 경전처럼 오류가 없는 진리를 믿고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세상의 무오류성은 선지자나 신들의 형태로 전해지며, 따라서 원본처럼 선지자나 예언가도 결점은 없다. 그런 진실성은 절대적이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진리를 따르는 것은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이원론적인 철학, 물질은 본질적으로 악이며 정신과 영혼은 원래가 선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 어느 누구도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 하나는 선택할 수 있다.
삶은 정말 간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의문이란 전혀 없으며, 올바른 행위를 추구하고자 하는 노력도 없고, 반대하는 사람을 처단할 일도 없다. 그런 편향성이야말로 가장 최악의 상태다.
모든 결혼이 자율성을 피하기 위한 전략은 아니다. 부부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늘 상의하는 공동위원회 같은 방식이 결혼을 의미한다. 그런 부부가 있다면 이들은 모든 일에 투표를 하고, 일이 잘못되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자기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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