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에 특히 급한 일로 밤늦게 전화를 하거나 달리다가 어쩔 수 없어서 침을 밷게 되는 경우에 혼자 스스로 드는 생각이 내가 과연 양식(良識)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다. 양식은 분별력이기도 하고 공통된 자명한 이치에 대한 실천적 태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성이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아는 인간 모두에게 동등하고 공통된 능력이다. 상상력이나 혹은 기억력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이성이 부족하다고 불평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가 다른 사람만큼의 양식을 가지고 있지만, 단지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삶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방법이라는 말은 길과 관련이 있다. 인생을 삶의 여정이라고 하는 이유도 길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궤적을 벗어나 빨리 뛰어가거나 지름길로 가기보다 바른 길로 천천히 가는 사람이 길을 벗어나 달리는 사람보다 언제나 훨씬 더 많이 나아갈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잘 알려지지 않는 말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참된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우선 떠오르는 생각이 똑바로 걷는 것이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말이다.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걸음의 자신감, 확신만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한 걸음과 다음 걸음의 연계, 계속 이어가게 해주는 정확한 연결이다. 길을 잃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걸어야 한다. 사실, 인생살이의 방법론의 모든 중요한 주제는 바로 걷기나 달리기의 용어로 표현될 수 있다.
내가 살아온 이전의 삶을 되돌아봐도 개인적인 삶의 탐색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나의 활동을 명확히 보고, 내 삶의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 더욱 그랬다.
걷기나 달리기는 단지 진리나 지식, 이론적 탐색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실천이다. 바르게 생각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실천하고, 실천은 명료하게 행동하고 결단을 내리는 것, 즉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앞으로 나아가거나 그들에 맞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런 확신은 열정, 관용, 예리하느 분별의 문제이며, 이 모든 것을 문제일 수도 있다. 걷거나 달리기는 처음에는 앎을 의미했지만, 이제는 행동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기 위한 것인가?
혼자서 달 없는 어두운 밤에 길을 가듯이 아주 천천히 가더라도 모든 것에 용의주도하게, 신중하게 경계를 잘 하면서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맴돌지 말고 멈추지도 말고 가능한 한 같은 방향으로 똑바로 끝까지 가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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