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은 피곤이라는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이면 우리는 쉬면서 일상의 삶이 남긴 피곤을 어떻게든 덜어내야 한다. 피곤은 병이나 몰아내야 할 어떤 부정적인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 하루를 있게 한 존엄한 상태다.
그 속에서는 최고의 통찰이나 삶의 치료제가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하루의 일상의 후유증인 피곤을 존중하고 그것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몸이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부끄러울 이유는 없다.
아무리 힘이 센 장사라도 휴식은 필요한 삶의 요소이다. 내 앞에 놓여있는 멀고 먼 삶의 여행을 위해서도 휴식은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저녁이면 가만히 앉아서 몸의 긴장을 풀고 침묵 속에서 휴식하는 것이다.
휴식을 통해 다시 새로운 일상을 살아갈 연료를 재충전하는 것이다. 핀단하지 말고 몸이 느끼는 감각과 만나고, 그 감각에 대해 생각하거나 분석하지 말고 그냥 그것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내가 피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피곤함은 내 책임이 아니며. 실수나 잘못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을 치유하거나 바로잡거나 제거하거나 심지어 그것이 왜 여기 있는지 이유를 밝히는 것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아침 이슬처럼 그것은 나의 인격과도 상관이 없다.
더 적게 알고 더 많이 느끼고 순간에 몰입하자. 과거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죄책감과 후회에서 빠져나와 미래의 이야기와 그로 인한 두려움과 기대에서도 벗어나자.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그대로의 감각과 느낌,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삶을 느껴보자.
피곤함은 잠시 여기에 머물 뿐 그냥 그것의 덧없는 출현을 귀하게 여기고, 감각이 담길 공간의 따뜻한 품이 되기만 하면 충분하다. 잠시 우울함을 느껴도 괜찮다. 그런 감정을 떨쳐내려 애쓰거나 다른 경험을 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다.
대신에 우울이라는 이름의 딱지를 떼어내려 노력해보자. 그리고 몸속의 움직임을, 배와 가슴, 목구멍과 머릿속 날것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껴본다. 그 감각들이 아프거나 무디거나 뛰어다니거나 떨리거나 흔들려도 괜찮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그대로 있거나 변하거나 강렬해지거나 흩어져도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고 따라가지 말고 바라보기만 하다 보면, 나의 생각, 꿈, 역사의 단편들이 그 자리에 있게 된다. 그것들이 머물거나 떠나면 또 어떤가. 그대로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들은 나라는 세상 바다 속을 일렁이는 파도일 뿐이다. 그냥 이미 존재하는 것 자체를 바꾸려는 싸움을 그만하는 것뿐이다. 쉼없는 상태 한가데서 나의 휴식을 찾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밝게 빛나는 등불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다함께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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