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인 것 같지만 끝까지 가보면 그곳에서 꺽여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이 있을 때가 많다. 굽어진 골목길을 도는 것에만 실패하지 않는다면 인생길도 단지 굽어질 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항상 가보거나 그만둘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가봐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생 성공은 고사하고 끝까지 갈 수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좌절하여 주저앉아 버리기보다는 아무리 상황이 어렵더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다 해봐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누구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저졌을까?'하는 의문이다. 그 다음에는 "그런데 만약"이라는 생각이다.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원인 중에 내가 만든 것은 없는지를 놓고 쓸데 없는 씨름을 하기도 한다.
질문으로 인생 전체를 지새울 수도 있다. 했던 말과 행동,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고 내린 모든 결정을 꼬치꼬치 따져볼 수도 있다. 지나간 과거를 돌이켜보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지만, 또 때로는 배워야 할 교훈이 있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 그냥 손 놓고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문제 하나 때문에 한 해 낙제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이해될 수 있을까 말이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가 말 그대로 그냥 갑자기 사망했다는 선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심장을 쥐어 뜯는 일이지만, 그렇게 조금도 손 쓸 수 없는 무력함이 엄습할 때조차 현재의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괜찮음을 주위에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달리며 맞는 비를 좋아한다. 소위 말하는 우중주다. 언제나 그래왔다. 처음에는 신발이 젖을까 조금이라도 물기 없는 지면을 디디려 애쓰지만 조금만 지나면 오히려 물 웅덩이만 찾아 첨벙첨벙 물방울을 전후좌우로 내뿜으며 달리는 것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따뜻한 여름날 한껏 물기를 머금은 신선한 공기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를 그득하게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그런 순간은 정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이렇게 달리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사랑을 느끼고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그만큼 더 감사한 순간은 없다.
지금 현재의 내 삶의 지주는 현재의 이 순간이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모든 삶의 상황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내가 할 일은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헤쳐나가는 데 집중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과거나 알 수 없는 어두운 곳으로 미끄러지게 내벼려두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계속 뒤만 돌아보거나 후회만 하거나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자책하는 것은 전혀 현재 상황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힘만 낭비하는 짓이다. 지금의 삶은 백미러가 아니라 내 바로 앞에 놓인 길에 시선을 고정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