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각은 소리 없이 넌지시 그냥 시치미를 떼며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명백하게 항상 새로운 관점들을 열고 있다. 그냥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미소를 띤 채 풍경을 뒤엎는다. 적어도 시작은 그렇다.
"세상에 절름발이만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거나 "말더듬이보다 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들이 그런 일상 속에서의 생각의 전환이 숨어있음을 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가는지,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인생이라는 말을 주인처럼 모시고 함께 가는 것을 좋아한다. 형편이 안 되어 차를 타지 못하고 걸어가면서도 주인이 탄 차를 따라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삶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선구자이고 영웅이며 낯선 딴의 탐험가들이 된다.
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자신들조차도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계속 주인인 인생이 타고 가는 차를 쫓아 길을 재촉한다. 어디로 가는지 여전히 알지 못한 채, 어기로 가고 싶은지는 대략 알긴 해도.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이나 때로는 앉아 있는 사람들도 흔히 그렇듯이 침묵과 수다로 권태와 피로를 속여가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 지치거나 지루해하며, 그리고 그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번갈아 말을 하거나 입을 다물기도 하는 규칙도 만든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대략은 알지만 자세히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은 흐릿하나마 윤곽만 대강 알고 있다는 말이다. 오직 한 가지만 알고 있다. 변한다는 것, 모든 것은 뒤바꾼다는 것은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곧 끝나면 또 규칙적인 발걸음도 끝나고, 새로운 길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그 무엇보다 넘어지지 않기 위한 무한한 조심성도 끝난다. 인생은 아무 데고 가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오직 하나 목적지 없이 그냥 돌아다닌다.
그날그날을 살고, 새로운 시간과의 만남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닥치는 대로 일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교묘하게 피하지만 새롭게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말을 하거나 침묵하지만, 이 또한 닥치는 대로다.
우리가 물 흐르는 대로라고 말하듯이 길이 흐르는 대로라고 말하듯 길이 가는 대로 목적 없이, 예측할 수 있는 규칙도 없이 그냥 경쾌하게 흘러간다. 그 과정에서 우연과 기쁨은 사이가 좋다. 말과 침묵이 그렇듯이 걷기와 절뚝거리기, 살기, 말하기, 생각하기도 모두 하나다.
무엇도 직각이 아니고 곧지도 않고 고정된 것도 안디. 아니 그러는 편이 더 낫다. 우리는 춤추기 때문이다. 두 발의 계속되는 어긋남 때문에 절뚝거림은 춤추는 것이다. 잘 걷지 못하게 될수록 춤은 더 잘 추게 된다. 훨씬 유쾌하고 발랄하며 음악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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