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세상으로 떠나보내거나 건강검진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인간관계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끝나기도 한다.
다 나았다고 하던 암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곳에 나타나거나 중요한 사업적 합의가 하룻밤 사이에 취소되거나 묻지마 공격으로 건강이나 꿈이 무너지거나 어제까지만 해도 견고하고 현실적으로 보였던 것이 생각보다 훨씬 못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한순간에 내 마음이 만든 방어벽이 부서지고, 다시 갓난아이이고, 더는 안전하지도 압도적인 공포와 창조의 영광에 둔감하지도 않으며,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자아의 보호막도 없이 발가벗은 채로 무기력과 마주하게 된다.
한 순간 모든 것들의 근원이면서도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신비로운 힘과 접촉하고 만나게 된다. 가끔 메마른 현실 틈새로 일시정이 비집고 들어오고, 존재의 근거없음, 사건에 대한 불통제성, 감정적인 세계의 불예측성이 다시금 분명해진다.
그와 동시에 눈이 열리고 태어난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라는 고대의 가르침이 지금 다시 살아나게 된다.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은 곧 사라진다. 궁극적으로, 외적인 세상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
지금 내가 서 있고 달리는 이 땅도 언제라도 갈라지거나 갈아앉아 눈앞에서 사리질 수 있으며, 진정으로 안전하게 내가 서 있을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믿고,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이런 매혹적인 두려움 혹은 신비로움을 마주하게 되면 서둘러 정상적이고 익숙하고 안전한 자리로 되돌아간다. 서둘러 단단하거나 통제 가능하거나 만지거나 붙잡고 의지할 수 있을 어떤 것을 움켜쥐게 된다.
해답을 얻고 명상을 하고 모든 것을 해내고, 그리도는 물질적이거나 종교나 혹은 진부한 이야기나 점점 더 많고 또 많은 경험들로 관심을 돌린다. 텔레비젼을 켜거나 쇼핑몰로 가거나 스마트폰 게임 속으로 숨고 또 숨는다.
깊숙한 곳에 웅크리고 있는 미처 탐험하지 못한 공포나 불안과 대면하기보다는 반짝거리는 표면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다. 나 자신이 어느 정도는 통제한다고 생각하는 삶 속의 일들에 집중함으로써 통제불가능한 존재에 대한 어마어마한 공포를 차단한다.
고통을 떨쳐버리고 정상이라고 알고 있는 것으로, 현실로 돌아가려고 애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해답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라는 사실이다. 낡고 정상적인 현실은 우라에게 너무 제한적일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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