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이 질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건강염려증 환자에서부터 자신에게 왜 암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에 빠지거나 자신 같은 훌륭한 사람은 감히 이런 후진 개원의에게 치료를 맡길 수 없다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모두가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움이나 질투와 분노 등 나쁜 감정을 쏟아내는데 해해 당황하고 지칠 때가 있다. 그런 환자들의 대부분은 감정이 긍정적이지 못하고, 사회적 탐욕과 욕망, 분노와 불안이 감정적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보게 된다.
내가 그들의 감정적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일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그런 환자들에게서 느끼는 가장 강한 감정 중 하나가 바로 그들 자체의 불안감 때문임을 알게 된다.
내가 제공하려는 의료 서비스에 대해 거절하는 말투와 태도를 접할 때가 그렇다. 마치 어릴 때 아무도 나랑 친해지려 하지 않거나 자기 킴에 나를 넣어주기 싫어하는 것을 느꼈을 때나 성인 버전의 놀이터에서 거절당하는 기분을 경험할 때가 있다.
내 진료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처음부터 오지 않으면 되는 될 일을 왜 와서 나를 만났는가 하는 의문이 들면서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우리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보이는가 말이다. 그럴 때는 침착해지기 위해 온갖 통제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기분 나쁜 상태로 왔기 때문에 우리가 응대하는 모든 일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을 수도 있고, 평생을 그렇게 불평하면서 비참하게 살아온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떻게 기분을 맞춰주는가에 상관 없이 그저 불행한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다.
그저 모든 서비스가 불친절하고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뭔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듯 보이는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내 진료실에서는 적어도 자기들 마음대로 그렇게 비참하게 굴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내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될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쩌다 가끔은 실수를 할 때도 있기는 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절대로 만족시킬 수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좋아하는 환자들도 아니었으니까 전혀 개의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나는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 그러면 또 화를 낸다. 그럴 때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아마도 제 진료실에서는 환자분을 만족시킬 만한 실력들이 안 되나 봅니다. 다음에는 신사역이나 압구정역 쪽에 가시면 외과들이 있으니까 그리로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국가에서 의료비를 통제하는 것처럼 우리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서비스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 우리 서비스에 만족하는 환자분들만 위해서 치료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에게 만족하지 못하시면, 그것이 제게도 훤히 보이니까요. 다른 병원으로 가십시요."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학의 문제다. 우리의 제대로 된 서비스에 환자들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 환자들이 우리를 트레드밀 발판처럼 취급하게 놔둬야 바르게 하는 것일까?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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