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은 기분전환용 일회성 소일거리가 아니다. 여가활동이나 취미생활도 아니고, 어떤 열정도 아니며, 마라톤처럼 가장 기본적인 의미, 가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며 강력한 삶의 동의어가 될 수 있다.
마라톤은 규칙과 규범, 관례에서 벗어나는 당당한 힘이다. 달리는 것은 무엇보다 깊고 절대적이며 불가사이한 욕구 때문이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생명 자체에 대한 욕구다. 주자들은 하루에 적어도 1시간 이상 달리고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달리기도 한다.
달리기는 발길 닿는 대로, 어디든 목적지를 정해두고 그곳까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낯선 새로운 것에 다가가기 위해서 달린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내가 안다고 믿었던 어떤 장소의 색다른 면을 언뜻언뜻 보게 되는 것이 좋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한강 주위의 어떤 풀숲과 감춰진 꽃나무와 물결의 흔적들이,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모습들이 나타나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아직 변형되지 않는 도시의 중심과 외곽, 산과 공원들에서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어떤 지역에서는 달리는 내내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수도 있고, 걸음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실존을 만나고 그 속에 잠겨들어 즐기거나 내 안과 주위에서 신비롭고 자유롭고 당당한 날것 그대로의 삶의 우주적 힘을 느끼며 몰두하기도 한다.
자연 속에 싸여있는 우리의 삶,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들과도 하나가 되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돌이킬 수 없는 자연 훼손 같은 무익하고 오만한 행동거지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달리기는 생명이 확장되는 영적인 힘을 가지며, 절대로 일회성 소일거리가 아니다. 구원과 속죄의 문제요, 잃어버린 우리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문제다. 모든 달리기는 우리 안에 잠자고 있는 활력을 재생시키려는 투쟁이다.
우리가 비활동성과 절대적으로 단절하고, 영원한 모험과 도전 정신으로 매번 달리기를 출발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때부터 달리기는 모든 관계를 해체하며 돌아오겠다는 생각 없이 떠나고, 나의 모든 집착을 깨는 일이 된다.
도시에서의 달리기라 할지라도 내가 달리고 있는 현장은 우리가 잃어버린 야생의 삶의 정신을 향하고 전개되며, 잠겨들고 펼쳐진다. 달리기가 도시의 인위적인 단절과 재회의 역설적인 움직임 속에서 살고 건너고 합류하는 무엇이다.
달리기를 통해 세상을 인간화하기 위해 헌신했던 모든 학자와 예술가, 사상가, 건축가, 정치인, 철학자, 작가들의 이상이 집약된 세상을 그리며, 기술과 문명, 관습과 규범이나 법규를 변형하고 문화와 언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오직 몸과 감각, 본능과 우주로 체득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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