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인 사랑은 하느님이 주는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죄를 짓지 않는 선한 사람이 될 것을 요구한다. 반면에 불교적인 관점은 무지가 초래하는 고통의 깊이와 넓이를 직면함으로써 인간 본성을 회복하는 희망적 깨달음이다.
업은 무지와 고통이 점점 커져서 파괴적인 눈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모든 인간은 불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구나 성취 가능한 깨달음을 통해 모든 생명있는 존재들의 무지를 없애주려는 불보살들의 노력은 끝이 없다.
내일의 세상은 오늘의 세상보다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관점이 바로 불교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희망을 놓치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많긴 하지만, 기독교의 근본적인 믿음에도 들어 있어 죄로 아무리 더렵혀져도 여전히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믿음은 이기적이며, 서로에게 아무리 많은 고통을 준다고 해도 자비와 협력의 가능성이 훨씬 더 큰 것이 인간 세상의 공통적인 바탕이라는 믿음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원죄나 불교의 무지나 같은 출발선이다. 인간 역사에서 계속되는 이기심과 고통의 눈덩이를 처음으로 만든 것은 출산을 통해 현재 우리 삶에 스며든 원초적 타락이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약속을 믿었던 유치하고 어리석은 결정이 그 단초일 뿐이다.
아담과 이브의 신화 또한 인간의 악한 반역행위가 아니라 무지한 망상에서 비롯된 결정의 결과라고 이해하면 확실히 그들의 원죄가 자신들이 타고난 복을 가리거나 밀어내지 않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가질 수 있다.
일상에서 나 자신의 결정이 초래하는 삶의 부정적인 면, 자연이 초래하는 악과 끔찍한 고통을 다루는 절대자가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관점이 아니라 세상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연관시키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존재가 있을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런 영적인 존재들은 우리 인간의 행위를 존중하고 함께 작용하는 것처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움직임도 존중하고 함께 작용할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원초적으로 인간은 스스로 자유롭고 자신의 기질을 통제할 수 있다.
주어진 특정한 환경이나 사건들과의 만남 가운데 소립자는 소립자로서 움직이고, 화산은 화산으로 활동할 뿐이다. 모든 것은 지배자가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현실적 존재로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자유로운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선한 사람들에게 지진, 해일, 화산 폭발, 암, 선천적 질병 같은 나쁜 일이 생길 때, 먼저 우리는 그런 사태를 야기한 인간적 원인과 조건들이 있는지 조사해야 하고, 그런 조건들이 없다면 그냥 일어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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