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떠오른 생각이다. 불교에서 진정한 자아는 순수한 의식과 지혜를 의미하는데, 그것이 바로 스스로 빛나는 촛불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촛불을 보려고 다른 불을 켤 필요는 없다. 촛불은 자신의 빛에 의해 스스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세상에 자아를 실현한 사람은 항상 이런 빛 속에 있으며,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처럼 어디로 가든지 빛도 함께 가며 길도 스스로 밝혀진다. 태양을 보기 위해 다른 불을 밝힐 필요가 없는 거나 매한가지다.
태양은 스스로의 빛으로 세상에 자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자아도 스스로의 빛으로 보인다. 불교 신자들이 경전을 연구하고, 나름의 수행을 하고 헌신하는 것은 오직 스스로 이 촛불을 밝히기 위함이다.
우리는 분노와 증오, 시기와 기쁨, 고통과 행복 등 항상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고, 이런 감정은 세상으로부터 받은 자극에 의한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나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불빛처럼 방사되어 나오는 것이다.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은 마음 속에 가두어져 있지 않고, 항상 몸과 몸을 둘러싼 감정의 에너지장에 정서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부부가 한 방에서 화가 나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면 다른 사람이 집에 들어왔을 때 즉시 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이유다.
두 사람이 평화롭게 앉아 었었다면 당연히 방에 들어오는 다른 사람도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동굴 속에서 몇 년 동안 명상을 했다면 거기에 앉은 다른 사람도 누구든지 그 마음이 저절로 고요히 가라 앉는 이유다.
반대로 누군가가 살인을 당했던 동굴이라면 그 안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이유 없는 불안을 느끼게 된다. 열린 마음 속에는 모든 생각들이 불빛을 향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생각은 없다. 그래서 거기에는 언제나 평화가 있고, 그 평화가 주위로 번져 나간다.
작은 촛불 하나가 방 하나 가득한 어둠을 몰아내는 것도 그런 것이다. 누구든지 그 주위에 들어오는 사람은 밝은 빛 아래 평화를 얻고 이런 평화스러운 분위기 속에 서로의 진리를 어렵풋이나마 맛볼 수 있게 된다.
보통 우리의 감각은 관능적인 대상의 유혹에 탐닉하는 경우가 많다. 집착이 없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이런 감각의 탐닉이 방해받게 되는 데, 흔히 그런 느낌을 냉정함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감각의 반응에만 냉담할 뿐 행동에는 아무런 이기심이 없을 뿐이다.
촛불을 들고 어두운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은 욕망이나 집착 없이 행동한다.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맡고 먹는 일은 감각들의 의무로서 행해질 뿐이다. 촛불 하나가 삶에서 밝혀야 할 모든 길은 이미 밝혀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만족 속에 살아갈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