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동작에는 움직임이 있다. 꼭 신체적 움직임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신적 움직임도 포함되며, 항상 삶에는 어떤 형식이든지 진전이 있고, 변화가 있다. 정말로 고정된 동일성이나 경직된 자세는 없다.
달리는 중에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존재가 아니라 어떤 생각의 만들어짐이다. 세상 현실 흐름을 사물과 개인, 형태와 순간의 끊임 없는 변화에 기본을 두어 바라보게 된다. 그런 만큼 불변이나 영원, 고정된 형태와 결정된 생각들보다 지금의 변화를 발견한다.
세상만물은 정말로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흘러가고, 만들어지고, 변하고, 죽고, 다시 태어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흐름과 움직임, 그리고 이행 뿐이다. 이것을 연상시키는 것이 달리기이다.
걷듯이, 달리듯이 생각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머릿속과 몸, 판단과 문장 속에서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달리기만이 세상 이치와 부합하는 이유다.
오르막을 오르면 고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풍경 전체가 더 많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요소 요소의 지형들이 명백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아파트, 동네, 강물, 숲의 배치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평지에 머물 때는 절대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들을 알 수 있다.
얕은 산이라도 능선을 걷는 것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전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상적인 강가보다 더 넓고 더 풍성하고 더 멀리까지 보게 된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뒤로 물러나 더 넓은 풍경 속에서 내 자리를 알게 된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조망할 때 감정과 본능, 그리고 가치가 어떻게 생겨나고 죽는지 파악하게 된다. 이런 달리기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세상을 더 높은 곳에서 응시하기 위한 고정된 울타리 밖으로의 움직임이다.
살아가면서 걷고 달리고 오르고 다시 내려가고 다시 오르는 것은 오직 시각의 다양화를 위한 것이다. 모순된 세상을 보고 그에 따라 말을 하고 판단을 바꾸는 이유를 이해하게 된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는데 당황스러운 결과로 황당해 하기도 한다.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는 수양버들처럼 아침에는 희다고 말하고, 저녁에는 검다고 말할 수 있는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평지와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골짜기를 계속 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매사를 관점에 따라 달리 보지만 모든 것은 결과로 따지고 판단해야 한다. 인생살이에서 만나는 수많은 관점이나 개념들도 그런 것이다. 서로 모순에 부딪친다고 생각되지만 모순은 전혀 없는 것이 인생살이 과정이다.
순수함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단식이 이로운 것인지 해로운 것이지, 명상이 풍요로운 것인지 비생산적인 것인지, 잔인성이 자극이 되는 것인지 파괴적인 것인지는 물이냐 산이냐의 문제다.
삶은 상황과 맥락의 문제이고, 관점의 문제이다. 변화와 대비, 이것이 바로 달리며 보는 세상이다. 기분전환이나 혈액순환과 호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기 위해. 여러 관점으로 보기 위해 달린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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