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해 빠진 이념적 언어들이 단지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공동체가 지지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념언어들도 다른 모든 언어들처럼 지배하기 위한 권력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대 철학자들은 그런 이념언어의 악용은 사람들이 입을 열어 말할 때마다 항상 따르는 위험이므로 그 위험을 늘 의식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사용하는 사람들은 너무 문자적으로, 너무 정확하게, 단 한 가지 의미로만 받아들인다.
기독교인들이 성경, 즉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 보이는 것 같은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추게 되고, 결국 종교언어를 권력언어로 바꾸려는 유혹에 빠진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념에 경도된 사람들은 그들만의 언어로 이해하고 사용하면서 자신들의 이념에만 족쇄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도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의 삶에서는 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체험, 즉 실천이다.
나 자신이 세상과 상호존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깨닫는 체험, 모든 생명있는 존재들을 위한 자비의 삶을 사는 것, 즉 말보다 삶 그 자체가 중요하다. 말은 이런 깨달음의 체험과 자비의 삶에 도움이 될 때만 의미를 가진다.
말은 단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가 될 수 없는 일이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강을 건너면 배를 버리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그런 의미다. 일단 깨닫고 나면 말이 더 이상 필요없다. 새들이 바람을 타고 날듯이 말은 자유롭고 편안해야 한다.
말은 우리 삶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고 체험하는데 부차적으로 필요한 수단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부적절하기도 하다. 상호의존적인 사회적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의 체험과 의식에 이르도록 자극하고 준비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의식이 싹트게 하기 위해서는 말의 깨우는 힘 이상의 어떤 다른 것, 즉 말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항상 부차적이고 부적절할 수 있는 위험한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덧붙여야 한다.
말에 의존하게 되면 너무 쉽게, 아마도 불가피하게 진실에 눈을 뜨서 모든 존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깨달음을 방해할 수도 있다. 공의 체험보다 말이 더 중요하게 될 때,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게 될 때 잠복된 위험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자비를 말하는 것이 자비를 실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질 때, 이념을 말하는 것이 이념의 추구하는 바를 실천하는 것보다 더 일상적이 될 때 모든 사람들이 도달할 수 있는 평화와 안정의 깨달음의 체험을 그런 말들이 방해하고 대신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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