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단지 현상에 대한 지식일 뿐 본질적으로 실재하는 것에 대한 지식은 아니다. 본질적으로 실재하는 것에 도달하는 길은 없다. 우리가 가진 것은 현상이라는 경험과 본질적으로 실재하는 것에 대한 인식뿐이다.
우리가 실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경험 세상 내부에서라면 과학적인 지식, 즉 사물들이 드러나는 진짜 방식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고, 이런 지식은 어떤 실재하는 사물들에 대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인 지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어떤 대상을 볼 때지각한 다양한 자료들을 하나로 모을 때만이 그 대상을 지속하는 하나의 통일체로 볼 수 있다. 집 한 채를 볼 때, 집의 정면을 관찰한 다음 측면을 관찰하고 다음에 뒷면과 다른 측면을 순서대로 관찰할 것이다.
하지만 그 집이 그렇게 이쪽 측면에서 저쪽 측면으로 순서대로 존재한다고 판단하거나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 모든 자료와 정보를 함께 묶어 지속적인 하나의 집으로 받아들인다. 즉 대상이라는 것은 그 개념에 다양한 관찰들이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통합을 얻으려면 먼저 관찰자가 파악한 것들의 형식적인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대상을 하나의 통일체로 경험하려면 통각의 통일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태양과 달은 모든 사람에게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이지만, 태양은 태양으로 달은 달로 본다.
지금 실재하는 것이 아닌 경험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상대적인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내가 경험하는 것에 대해 보편적으로 타당한 판단이 가능하며, 그런 판단 능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지금 대면하고 있는 것이 환상이라면 이런 경험의 형식적인 통일성이라는 보편성에 입각한 타당한 판단이 가능하다. 형식적인 통일성을 통해 자극들을 합쳐 하나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으로써 내가 보는 세상이 건설된다.
내 마음이 내 세상을 건설한다는 것이 불교적 입장이다. 내가 스스로 심사숙고할 때 감지하는 경험상의 에고 또한 자료들을 하나의 것으로 종합한 일종의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대상은 그런 개념에 다양한 관찰 결과들이 통합되어 있는 것이다.
즉 어떤 개념에 의식의 흐름이 통합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의식이고, 세상 현상 속에 과학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내 마음의 환상 속에서 자아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며, 이 둘 모두가 내가 만들어낸 하나의 허구적 건축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이라는 상대적 지식을 알고 쌓아가는 데는 과학만한 것이 없다. 우리는 이 세상사를 직면할 수밖에 없고 무상할지언정 세상 속 일을 처리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과학이 이 무상한 세상에 놀랍도록 밝은 빛을 비추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