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어나 새로 시작하는 하루을 맞이하고, 떠오르는 아침해를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오후에는 길가 가로수에 앉아 석양의 햇살을 즐기는 새들을 향해 미소를 보내고, 밤 어둠의 다정한 품과 포근한 잠자리에 드는 만족스런 삶에 감사한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씩씩하게 일어나 심호흡을 하고 옷을 입고, 아무런 보호나 방어물이 없어 호기심만 가지고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용기가 나에게 있음을 미처 모르고 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주위를 살펴보면 감사할 일이 항상 있다. 하던 일이 심각하게 잘못되더라도, 꿈이 사라지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더라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절대 잃어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잃더라도 항상 겸손과 순응, 존경과 두려움의 장소에 닿는다.
물론 그런 것이 항상 쉽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내 신체 중 일부가 삐꺽거리기 시작하면 그것이 아무런 불편 없이 오랫동안 나를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몇 일 전에 주사실에서 도둑맞은 그림이 얼마나 오랫동안 나와 정들었는지 생각하며 그림에 감사한다.
어떤 일에 감사하다 보면 그런 일들 하나하나에 사랑을 느끼며, 그런 사물의 달콤한 일시성에 푹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거나 생을 다하면 미래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체, 그들과 함께 보낸 모든 순간들에 감사한다.
화나고 짜증난 환자와의 만남은 내가 가진 내면의 힘과 공감력을 증명하며, 사람들이 얼마나 깊이 상처를 주고 있으며, 나의 친절이 필요한지 되새겨준다. 아까워서 마지 못해 세금을 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질에 감사하게 된다.
어릴 적의 힘들었던 삶을 생각하면 지금 이렇게 살게 된 것만으로도 현재의 삶에 감사뿐만 아니라 즐거운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갑자기 내리는 비나 눈에 나의 하루 계획이 뭉개진다고 생각하다가도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그 물과 얼음조각에 감사한다.
잘 될 것이라고 시작했던 일들이 결과적으로 손해만 입고 서글프게 빚을 지고 한탄을 하며 세상에 울분을 토하다가도 어느 날 아침에 이제 그 일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갈등에서 해방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다시 또 늘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가 필요하고 위험하기도 하고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며,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 모르게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그런 자유로운 해방감 같은 것에 감사한다.
우리 삶은 항상 사랑하며 내려놓는 것을 배워가는 과정이다. 인생무상을 슬퍼하면서도 축하한다. 불안 속에서 진정한 쉴 수 있는 집을 찾게 된다. 나는 목적지가 아니라 나가 발걸음을 내딛는 땅과 사랑에 빠진다. 발걸음 그 자체를 좋아하고 즐긴다.
내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는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며, 오늘도 무언가 감사한 것과 장소를 찾아준다. 아무 이유 없이, 아무리 작거나 멍청해 보이는 것이라도 어떤 것이든 감사하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 어떤 미물이라도 작거나 멍청한 것은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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