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다 사는 것은 바둑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바둑 승부의 특성이 죽은 돌이라도 바둑판 위에 존재하는 동안은 주변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므로 그것이 결정적인 구실을 할 때는 국면을 반전시키고 승부를 좌우하게 마련이라는 의미이다.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진리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 한다. 즉 진리란 내가 그것을 위해서 죽거나 살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그 대상을 위해 죽을 수도 있는 어떤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는 진리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할까? 무엇을 위해서 죽는 것보다 그것을 위해서 사는 것이 더 힘든 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를 위해서 죽을 수 있었지만 그들이 만약 죽지 않았다면 오로지 서로를 위해서만 살 수 있었을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오로지 그것을 위해서 살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진리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로에게 진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부모 자식간의 관계는 종종 그렇지 않다. 특히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는 어떤 것이었다.
그 어떤 것이란 굳게 믿고 있던 절대적인 신의 존재일 수도 있이지만 그 존재는 오로지 절대적인 역설로만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절대적인 역설은 오로지 자신이 주인공으로서 고독하게 자신과 마주할 때만 가능하다.
그런 키르케고르적인 생사관은 합리성과 익명성 혹은 대중 속에서 자신을 위장하는 햔대 정치인들의 위선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생사의 본질은 곧 사는 것이 곧 죽는 것이라는 말이다. 가끔은 길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용기만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용기를 가진다는 말은 의연하게 길을 잃는 것, 즉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했어야 하는 것'이나 '할 수 있었던 것' 혹은 '했을지도 모르는 것'에 대한 일체의 생각을 버리고 현재의 나를 온전히 끌어안는 것이다.
고정된 환영을 벗어던지고 매 순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꿈꾸고 환상을 품고 심지어 계획도 세우지만, 그와 동시에 그 모든 상상의 미래를 내려놓고, 살아가는 현실을 깊이 존중하고, 그것이 가진 경이로운 힘을 인정하며 그 앞에 납작 엎드리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낡은 꿈, 낡은 방식을 버리고, 낡은 환상과 미래가 '현재' 속에서 파괴되는 그 본질적 모습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버리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나에 관한 이야기나 과거와 미래, 상태나 실적이나 발전에 관한 이야기 속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를 향해 용기 있기 가슴을 열어 보여주는 것이다. 순응하고 믿고 삶 그 자체의 광대함 속으로 자아를 던지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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