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의 신호등 색깔은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누구나 지켜야 할 강제적이면서도 도덕적인 규범이다. 빨강색은 멈추고, 초록색은 가라는 의미를 지정하고 있다. 그런데 결혼 프로포즈를 하고 두 사람의 사랑의 영원성을 상징하는 반지는 어떤가?
또 비둘기의 온순함을 통해 상호간의 평화를 표현하고,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는 불끈 쥔 주먹은 우리 내면의 용기를 일깨워준다. 이런 것은 살아가면서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차용한 일종의 상징들이다.
상징은 달리 형체가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살재를 나타내거나 표현하는 사물, 언어, 그림, 이야기, 평범한 경험의 단편들이다. 상질을 통해 그 자체를 느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을 느끼고 말할 수 있게 해 준다.
부처님의 모든 말씀은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는 말도 똑같은 상징이다. 즉 어떤 신조를 문자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그 신조의 핵심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선이나 명상을 통해 깨달음을 경험하지만, 상징 없이 말할 수 없다.
우리 삶의 모든 말과 이야기는 손가락, 즉 인생살이에 대한 상징들인 것이다. 상징으로 받아들여진 어떤 이미지나 말, 그리고 이야기는 그 의미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인생 전체에 걸쳐 다른 의미로 계속 확장될 수 있다.
언어의 기능이 본질적으로 문자적인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것이라면 언어의 내용과 의미는 문자적으로 받아들일 때보다 상징적으로 받아들일 때 더 깊고, 더 강력하고, 더 직접적이게 된다. 그러면 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일들은 상당수 줄어들 것이다.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어떤 말이나 이야기들을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기능인 상징이라 말하는 것은 그것의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즉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거나 꼭 말 그대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확고한 힘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진실이 우리 가슴에 더 깊이 파고들 수 있고 더 흥미로운 것이 될 수도 있으며, 이런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치 시를 읽듯 그 말들을 대하고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일상의 삶에서 상징이 전할 수 있는 진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상징은 지성으로 대하기 이전에 춤추는 듯한 상상력으로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신과 사고에 들어오기 전에 마음과 감정에 전해진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의 사회적 공동체에서 우리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신조와 이야기들을 시처럼 읽고 느끼는 이 과정을 함께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혼자 동떨어져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스스로 해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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