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는 도중애 내가 너무 말수가 적어 상대가 오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전혀 신경쓸 일이 아니다.'이야기를 들어준다'는 말은 말하는 이의 의도를 파악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일 뿐, 내 말을 전하는 능력이 아니다.
오히려 말을 잘하고 화제가 풍부한 소위 '입담이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새 자신의 이야기에 몰두하여 침을 튀기다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상대를 오히려 실망시키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때서야 "아이고 이놈의 입!"하며 입술을 때리며 후회해도 이미 두 사람의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만들어 줄 예정이든 소통 버스는 떠나고 난 뒤다. 소위 말하는 사교성 같은 형상 없는 이미지에 너무 신경쓸 필요가 없다.
사교적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들과 느릿느릿 친해지면 되는 것이지 첫 만남에서부터 강력한 친밀감을 주고받는 것이 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 오해의 소지도 더 많을 뿐이다. 말주면이나 사교성이 조금 부족한 것은 그냥 나 자신의 개성 중 하나일 뿐이다.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 대답이 중요한 그리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우리는 가족간의 대화에서 잘 알 수 있다. 분명히 공통적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말하는 사람과 뜯는 사람이 질문하고 즉시즉시 대합하는 식의 대화는 거의 없다.
상대가 듣기 좋은 절묘한 조언이나 위로가 되는 말, 또는 상황에 꼭 맞는 격언이나 속담 등을 늘어놓는 일에 굳이 힘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잘 들어준다는 것은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 그로 인해 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창한 언변이나 지식은 건강한 사람들의 귀에는 쏙쏙 잘 들어오지만,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현실감 없는 허공 속에 흩어지는 그냥 단순한 자기 자랑소리에 지나지 않는 경우들이 더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컵 이론'에서처럼 상대가 마음의 컵을 비워야 비로소 내 말이 상대의 컵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 실컨 설명을 했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똑같은 질문을 또하는 경우가 바로 이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의 컵을 비우듯이 상대가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들을 모두 꺼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론 그 중에 부정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지만, 나중에 눈부신 보석이 될 만한 소중한 이야기도 숨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되는 좋은 말을 해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이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 속 컵을 비울 수 있도록 마음 속 말들을 제대로 발견하고 일깨워주면 저절로 상대가 마음에 담아 두었던 응어리가 풀어지게 된다.
나의 경우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할 때에는 침묵을 유지하는 편이다. 어색한 침묵에서 벗어나려 애쓰기보다 침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만히 상대의 말과 분위기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그 자체가 경청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된다. 언변과 관계가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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