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거나 달리기를 좋아한다. 천천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가는 것을 상상한다. 한강을 이리저리 건너고 길이 없는 곳을 지나며 오르막을 넘고 넓은 벌판을 지나 아직 다른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곳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왔던 곳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다음에는 다시 더 앞으로 나아가보기도 하면서 끈질기게 나아간다. 내가 만들어 놓은 길을 다른 사람들이 지나면서 엄연한 하나의 산책로가 만들어진다. 우리 삶은 이렇게 걸어서 이어져왔다.
다른 사람들이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만들고, 그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하면서 끈질기게 집요하게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아무 것도 정복하거나 소유하지 않는다. 그저 그 땅에 잠깐 살고 머물기 위해 걸을 따름이다.
세상에는 온갖 기후와 땅, 풍경을 즐기며 사람들이 살아왔고, 곳곳에 눌러앉았다. 가파르고 무덥고 얼어붙은 지역들에까지, 그들은 환경에 따라 그에 맞는 삶의 방식과 사회, 주거지와 양식을 만들어냈다.
인류는 쉬지 않고 보잘것없는 곳에서 더넓은 곳에 이르기까지 계속 걷거나 달리며 이주와 침략, 전쟁과 대결, 탈출과 유배를 이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을 통해 지금도 상업 중심지, 물품과 생각의 이동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설과 신앙, 시와 음악과 예술품과 전설이 전파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이 길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며, 그런 교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뿌리 깊은 결합을 떼어놓기란 불가능하다.
과거의 지나온 시대마다 우리의 몸만 오직 두 다리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이 아니다. 각자의 내면에서 창조된 말과 담론, 생각과 문제, 지식과 방법, 사고방식과 학설, 물음과 믿음 등이 함께 이동한다.
오류나 진리도, 명예와 허상도 사람들과 함께 무수한 비틀거림과 도약을 통해, 또 숱한 방황과 탐지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어떤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하는 말을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은 생각하며 말한다.
땅을 걷거나 달리다 보면, 누구나 자연의 소리나 주위의 술렁거림을 듣게 되고, 또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첫 걸음을 뗀다."고 하고, 제대로 진행되면 "모든 것이 예상대로 진척된다."고 한다.
걷거나 달리는 것은 '잘 나아가는 것' 즉 성공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되는 만족스러운 상태을 의미하며, 걷거나 달리는 것이 올바른 작동의 신호요, 장애물 부재의 신호이며, 정확하게 실행된 작업의 신호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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