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걷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결론은 간단하다. 모든 것이 멈출 것이다. 시간, 공간, 역사, 말과 생각까지. 이런 다양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걷기가 점차 소멸되는 것은 분면 모든 측면에서 인류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종말론적 분위기 조성이 아니다. 걷는 세상의 끝은 임박하지도 않았고 확실하지도 않다. 그러나 위험은 실재한다. 하루 3,000보 걷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발전된 세상일수록 걷기의 일상화가 사라지고 있다.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누워 있을 뿐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덜 걷는 인류는 덜 생각하게 되고, 더 이상 역사가 없어진다. 이동의 전반적인 동력화와 인스턴트 숭배, 미래 비전의 쇠퇴와 생각의 정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동화라는 문명의 이기 속에서, 보편화된 부동성 속에서 걷기가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걷는 시간은 닫히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걷기가 실종졸 가능성을 어느 정도 분명하게 인식하고 다시 걷고 성찰하기 시작했다.
걷기는 단지 유행이나 몸매 가꾸기나 소일거리가 아니다. 다른 무언가가 걷기를 지탱하고 있다. 세상을 대하는, 땅 위를 나아가는 몸의 느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속에 절재적으로 간직해야 할 뿌리내림이 있다.
걷기가 중요한 것은 내가 풍경과 더불어 움직이는 '한 몸이 되게' 해주고, 우리 존재 방식의 척도 자체가 되기 때문이다. 결코 걷기를 그만두지 않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혹은 확실하 아는 것은 몇 마디 말로 표현된다.
두 발 동물의 지구력 안에서 생각하고 나아가는 능력이 펼쳐진다는 것, 아마도 이런 이유에서 식사와 수면, 혹은 자식 만들기 같은 가장 자연스러운 활동이 문화의 규범을 가장 많이 바꿔놓는 활동이다.
걷기에 대한 오랫동안 무시되었던 표상들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 삶의 여정에는 끝이 없다. 나 자신의 발걸음은 언젠가 멈춘지만, 다른 사람의 걸음은 계속 된다. 그렇다고 당혹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사람들은 출구 없는 상황을 즐기고 있다. 그런 상황에 기꺼이 자리를 잡고 심지어 그곳을 거주지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유전자의 활동 능력이다. 어떻게 빠져나가냐 할지 보이지 않는 문제를 그리스인들은 아포리아(aporia)라 불렀다.
결핍을 의미하는 'a'와 활로나 출구를 가리키는 'poros'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아포리아를 막다른 길, 담장으로 끝나는 골목길로 상상한다. 그곳에 이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꼼짝없이 멈출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인생살이에서는 대답 없는 문제라고 해서 나의 나아갈 길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떠밀고, 계속 앞으로 나가도록 부추긴다. 따라서 내가 한 발만이라도 내밀 수 있다면 숨이 닿는 한 언제나 앞을 향해 가는 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런 무한한 한 걸음들의 미미한 조각들을 걷는다고 의식한다. 무한에는 출구가 없으니 나는 결토 빠져나가지 못하고 영원한 걸음을 걸을 것이다. 이런 있는 대로의 삶, 그 자체를 나는 너무 사랑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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