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 때는 모든 것이 다 어려웠지만, 지금 외국에 유학가는 것처럼 부산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도 지금 젊은이들이 외국에 유학가는 느낌이나 비슷했다. 시골 촌놈이 부산에 가니까, 모든 것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그 중에서도 나 혼자 가난한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항상 주눅드는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부산 사람들은 모두가 잘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고, 내가 그런 아이들과 경쟁한다는 사실에서 불안했다.
시골 중학교에서 보나마나 떨어질 시험을 왜 비싼 돈내고 치르려고 하느냐며 원서조차 써주지 않으시려던 교감 선생님을 3일간이나 찾아뵙고 사정을 하고 겨우겨우 받아서 시험을 쳤는데 불합격 후보였던 나와 친구 한 명만 합격하고 합격 후보였던 5명은 떨어졌다.
그런 우승감을 동기부여의 원천으로 삼아 그럭저럭 3년이 지나 의과대학에 입학하고서야 모든 상황이 기적처럼 바뀌었다. 더 이상 약자의 입장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라도 "나는 할 수 있다."는 독립적인 관점에서 나만의 해결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인간관계의 구성과 범위 등의 역학이나 패턴도 달라졌다. 일이 잘 안 될 때도 결코 내 자신감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감의 과잉이 원인일 때도 있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요인들이 사회에서 무엇을 기대해도 되는지 결정하기도 한다.
또한 자존감과 자신감에 엄청난 영향을 주기도 하며, 나의 소득이나 성취 같은 사회적 능력이 다른 사람에 상대적으로 못 미친다고 생각되면 상황이 꼬일 수도 있음을 이런 경험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회적 차이가 큰 관계에서는 스스로 자신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어느 일방은 항상 상대의 입장에 따르는 경향이 많아지며, 이런 것이 모여 신세를 지고 있는 듯한 어떤 부채감 때문에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에도 맘놓고 따지지 못하게 된다.
그런 정서적으로 비균형적인 인간관계는 성공적으로 유지될 수 없으며, 결국에는 불행하게도 인간관계가 깨어지게 된다. 평등을 고집하는 것은 친밀한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해치는 일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너무 심한 차이도 실패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우리 어릴 때는 고학력 고능력의 남자가 나이 상관 없이 저학력 저능력의 여자와 결혼하는 일도 흔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학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반드시 비슷해야 성공적일 수 있다기보다 신세진 듯한 기분 때문에 양보만 해서는 오래 못간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벌거나 더 많기 때문에 우두머리로 마음대로 할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좌지우지하는 모임을 만나면 당장 떠나는 것이 나의 자신감을 한층 더 확고하게 해준다. 나에게 해로운 것을 거부하는 것만큼 자존감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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