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조건화된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조건화된 것은 일종의 반작용으로 내 것이 아니며, 좌절된 삶이므로 그 자체가 고통이라 할 수 있다. 좌절의 이면에는 항상 어떤 의지와 욕망이 자리잡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얻을 수 없는 어떤 것을 욕망하고 의도하거나, 혹은 무상한 무언가를 붙잡아두려고 하기 때문에 좌절하게 된다. 욕망과 의지는 기회들이 사라지고, 희망이 헛되게 하고, 성취한 것이 무너지고, 가진 것을 잃을 때 위협을 받게 된다.
무상한 것에 매달리는 그런 시도들이 모두 의지와 욕망을 좌절시키고, 우리 안에 시간과 상황에 반하는 절박하고 그릇된 의지를 만들어 내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좌절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교적 윤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살아가면서 괴로움의 뿌리인 의지와 욕망에 집중하면, 좌절의 정도는 비숫해지고, 그만큼 안락하고 편안한 상태에 있게 되고, 괴로움 속에 있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할 수는 있다. 그리고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최후의 좌절을 경험한다.
지금 현재는 인류는 불화와 갈등과 파괴의 시대, 즉 쇠퇴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삶은 고독하고 빈곤하고 더럽고 야만적이고 짧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인간과 신 사이의 적절한 관계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의 역사적 의미는 사실 어떻게 보면 모욕적일 수 있다. 그것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것은 핵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음악이 음파 그 이상인 것처럼 신화도 실제 역사 그 이상인 것이다. 실제와 허구 사이의 차이는 뭘까?
우리는 항상 실상, 즉 실존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는데, 그런 기준에 비춰보면 신화란 진실이 아니고 문헌적으로도 실화가 아닌 시적인 공상이고 허구라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명백한 사실이라는 우리의 실제 기준 그 자체가 환상이라면?
불교적으로는 사실과 환상 둘 다 환상의 범주에 들어 있다. 냉정한 사실이라는 그 기준은 단지 지나가는 환상 장면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이 '환상으로서의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사실 숨긴다.
그런 '사실'에 집중할수록 우리는 궁극적인 진리에서 더 멀어진다. 반면에 신화는 환상이지만 궁극적 진리를 더 쉽게 열어보여 줌으로써 전달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신화가 조금 더 정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역사는 사건의 흐름이든 학과목이든 이 세상이 실재한다고 말하며 우리를 이 세상에 단단히 붙잡아둔다. 역사는 상대적인 진리이다. 하나의 원에서 그 둘레가 시작도 끝도 없이 중심점을 도는 것처럼, 직선적 시간감각으로는 원의 중심점으로 결코 갈 수 없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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