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내 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바라보는데 무엇이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스크린 위에 비치는 영상이 재생되기 전에는 오로지 빈스크린 뿐이다.
영상이 재생되면 온갖 장면들이 마치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보이지만, 다가가 그것을 잡으려고 하면 실제로 손에 잡히는 것은 영상에 내려비치는 스크린 그 자체에 불과하다. 영화가 끝나면 지금까지 살아있던 영상들이 사라지고 텅빈 스크린만 남아있다.
나란 존재 또한 마찬가지로 홀로 존재하면서 온갖 영상들이 생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다. 나에 대해 확고부동하게 머문다면 영상의 겉모습에 속지 않을 것이고, 어떤 장면이 나타나거나 사라지든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나를 도외시한 채 현실에 나타나는 상황들을 실재하는 것으로 여겨 스크린과 상관없이 그 위에 나타나는 영상들이 스크린과 별개로 존재하기라도 한다는 듯 영상에만 몰두하여 쫓아다니는 식이다.
영화는 스크린 없이는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는 사람이 없으면 보이는 대상도 없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미혹당하지 않고 스크린과 그 위에 나타나는 영상 모두가 나임을 알게 된다.
나는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영상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고, 영상이 비치지 않는 텅 빈 스크린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나란 존재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상관이 없다. 늘 평범한 삶을 살아가든 특별한 삶을 살든 그 자체가 나이기 때문이다.
지금 있는 나 이외에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현실이 나와 다르지 않으며 동시에 나의 일부분도 아니다. 무언가 비치려면 투영되는 물체와 반영되는 상이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분별이 없다.
우리 모두 꿈을 꾸지만,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깨어 있는 상태 역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잠 잘 때 꾸는 꿈을 첫 째 꿈이라고 한다면, 깨어 있는 상태에서 꾸는 꿈은 두 번째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깨어 있는 것도 아니며 꿈꾸고 있는 것도 아니고 깊이 잠든 상태도 아니고 그냥 깨어있어면서 동시에 잠자는 상태에 있다. 깨어 있는지 잠 자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런 기준 자체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실체, 존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 이 자체는 본질상 영원하며, 깨어 있든 꿈을 꾸든 깊이 잠다든 한결같이 지속된다. 실체와 하나 된 사람에게는 마음도 없고, 마음의 세 가지 상태도 없으며, 따라서 안으로 파고드는 내향성이나 현상에 집착하는 외향성 또한 없다. 늘 깨어 있을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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